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다다익선(多多益善), 과유불급(過猶不及)’ 아이와 부모의 용돈협상 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용돈이고 부모에겐 넘치게만 느껴지는 것이 용돈이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다면…올바른 소비습관과 경제관념을 가진 내 아이라는 믿음이 있다면…협상과정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아이의 불만도 부모의 고민도 줄어든다. 그런 불만과 고민을 줄여주면서 올바른 경제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의 하나가 어린이 용돈수당이다. 용돈수당은 단순히 아이에게 용돈을 준다는 의미를 넘어 자존감 있는 아이, 자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아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정책이다.

우리 구의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낮아진 출생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령기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원인도 작지 않다.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에 비해 우리 구 전체 인구는 올해 3% 감소했지만, 7세부터 18세까지의 학령인구는 12%나 감소했다. 초등학교 입학생은 19%, 4학년생은 9% 감소했다. 아이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방정부 나아가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지역사회가 나를 돌봐준다는 자존감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용돈수당은 대덕의 아이는 대덕이 키운다는 자긍심을 키워주는 밑거름이다.

어린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누릴 권리가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우리 사회의 재생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시민이다. 그들이 시민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기본권인 소비할 수 있는 권리는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보장돼야 한다. 자녀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500원과 1000원의 구매 가치를 구별할 수 있으면 경제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사회과목 수업시간에 지역경제에 대한 이해와 경제활동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학교에 의존한 경제교육은 한계가 있다. 돈과 관련한 아이의 잘못된 소비습관을 고치는 일은 부모도 쉽지 않다. 돈을 어떻게 계획적으로 지출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용돈만 주고 ‘네가 알아서 관리해’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방임이다. 용돈수당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교육도 병행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용돈수당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줌으로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다.

언젠가부터 학교 앞 서점과 문방구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골목경제의 버팀목인 영세 상인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용돈수당은 지역화폐 대덕e로움으로 지급되고 그 사용처도 관내로 제한된다. 용돈수당을 지급하면 4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쓰는 용돈이 골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공동체의 주체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련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대덕구에 주민등록을 둔 10세 이상 12세 미만의 어린이(초등학교 4~6학년)는 매월 2만원씩의 용돈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미래의 주인공을 키우는 훌륭한 정책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내년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들이 용돈수당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