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등 다국적 외국인 7명·내국인 4명
밀반출 시도 업자들 경찰에 덜미
경찰-문화재청 공조수사 ‘성과’
율곡선생전서·분청사기·백자
11~20세기까지 유물 총 101점

 

▲ 15일 대전경찰청 1층 별관에서 해외로 밀반출될 뻔한 보물급 문화재를 압수한 경찰과 문화재청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 15일 대전경찰청 1층 별관에서 해외로 밀반출될 뻔한 보물급 문화재를 압수한 경찰과 문화재청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우리나라 문화재 100여점을 해외로 밀반출하려 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11~12세기 고려시대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까지 반출될 위기를 겪었지만 공조수사에 덜미를 붙잡히면서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과 문화재청은 15일 국내 문화재를 은닉해 해외로 밀반출을 시도한 피의자 11명을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으로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2018년 3월경 일본으로 문화재를 반출하려는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3년간 밀반출업자를 잡기 위한 공조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일본 국적 A(59) 씨 등 11명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관광객 등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서울 인사동 일대의 고미술품 판매점에서 고려청자와 고서적 등의 일반동산문화재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일본이나 베트남, 중국,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7명과 내국인 4명이 포함됐다.

A 씨 등은 인천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고서적은 신문지 등으로 포장한 뒤 여행가방에 은닉하고 도자기 등은 나무상자에 넣어 일반 물건처럼 꾸몄다.

이후 관세사 서면 심사만을 거쳐 국제택배 등으로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으로 총 11회에 걸쳐 밀반출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해외로 보내는 게 불법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 등은 이들이 물건을 되팔기 위해 빼돌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반출하려 한 문화재는 총 101점으로, 이 가운데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녀 일반 동산 문화재로 분류된 92점이 압수됐고 향후 문화재청 고궁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압수된 유물들은 감정 결과 11~20세기까지의 유물로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목기류 유물 중에는 19세기부터 근대기에 제작된 돈궤와 목제궤, 목제함, 흑칠함, 탁자 등 20점이 포함됐다.

또 목판본 중에는 18세기 조선 시대 금속활자 중 하나인 율곡전서자를 번각해서 만든 율곡선생전서와 1771년 전라감영에서 간행한 완영본인 주자대전 등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조선 성리학의 학문적 경향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확인됐다.

도자류는 11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제작된 청자, 분청사기, 백자, 도기 등이며 대부분 완전한 형태로 시대적 양식을 갖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되지 않도록 공항과 항만, 국제택배의 검문, 검색을 강화할 것”이라며 “밀반출 업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첩보를 수집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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