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도도 솔솔 라라 솔….' 계이름만으로도 누구나 떠올리는 노래 '작은 별'과 알파벳을 배울 때 쓰는 '알파벳 송'은 같은 멜로디를 사용하고 있다. 이 노래들의 원곡은 사실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의 변주곡이다.

이처럼 변주곡은 주제를 설정하여 리듬, 멜로디, 화성을 변화시켜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는 음악 기법이다. 이 기법을 통해 음악은 일정한 선율을 가지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변화의 양상을 만들어 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주곡을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비유하고는 한다. 옷을 갈아입어 느낌은 다르지만 옷을 입은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주곡에 대해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기후의 변주곡'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후가 변화해온 것은 변주곡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기후는 그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다양한 패턴으로 우리에게 '날씨'를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기후가 극심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후의 멜로디 패턴이 완전히 변화되어 아예 다른 음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의 멜로디는 우리에게 공포와 같다. 올해 3월은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한 3월이었으며, 4월에는 2011년 이후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발표되었다. 지난해에도 1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영상 2.8도로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월로 기록되었다. 또한, 중부지방 기준 54일의 역대 가장 긴 장마철을 겪은 후 8~9월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많은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은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를 입었고,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무더위가 70일간 지속되다 하룻밤 사이 30도 이상 기온이 하강하면서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최악으로 기억되는 호주 산불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인천에서 개최된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1.5℃ 상승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배출된 양은 산림 등을 통해 흡수량을 늘리고 새로운 저장기술로 제거하여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도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대 정책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기상청에서도 올해 '기후탄력사회를 위한 기상기후서비스 도약'을 목표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선 저탄소·고탄소 등 시나리오별 다양한 분석을 통해 농업, 산림 등 분야별 대응 방향을 계획해 나가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보다 상세하고 활용이 편리한 기후변화 정보 제공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일상생활이나 산업계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적응대책 마련을 지원하는 길잡이 역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더없이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착실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시점이다. 기후의 멜로디를 영영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기후의 변주곡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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