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광주에서 사고가 발생한 뒤로는 수시로 공사 현장에 별 일 없는 지 보게 되네요.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무섭습니다.”

11일 오후 2시경 홈플러스 대전탄방점 철거 현장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 A(64) 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얼마전 광주 건물 철거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인근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되는 꿈까지 꾸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A 씨는 "지자체나 철거업체에서 공사 현장 안전 관리 현황을 계속 공지하면서 시민들을 안심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철거 현장. 사진 = 송혜림 기자
11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철거 현장. 사진 = 송혜림 기자

최근 광주 참사가 전국 각지 시민들에게 ‘언제라도 사고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역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문제와 이에 따른 불안이 가중되면서 공사 현장 안전 관리·점검에 대한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홈플러스 대전탄방점 건물 철거 현장은 지역 내에서도 주요 공사 현장으로 꼽힌다. 

홈플러스 대전탄방점은 연면적 5만 1000㎡,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지난해 매각 결정이 난 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이날 철거 현장 주변에는 따로 보행자 통로가 마련돼 있었고, 가림막이 설치된 비계도 촘촘히 짜여 있었다.

공사 기자재가 보도 위 깔끔히 치워져 있는 등 안전 관리는 철저히 이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당 공사 현장을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은 한결같이 건물 붕괴나 잔재물 추락 등에 대한 적잖은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날 자녀와 함께 공사현장 근처를 지나던 B(46·여) 씨는 “겉으로는 안전해보여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며 “광주 참사 발생 이후 공사현장 옆을 피해서 지나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 참사 당시 건물이 붕괴되는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고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현장 인근에서 차를 정차하고 있던 C(27) 씨는 "붕괴된 건물 잔해가 지나가던 버스와 승용차를 덮치던 광경이 계속 떠올라 가슴이 쿵쾅인다"며 "뉴스에서 이번 참사엔 불법 하도급 문제도 걸려 있다고 했다. 가벼운 시찰만 하지 말고 지역 내 공사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철거 현장에  허태정 대전시장이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청 제공
11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철거 현장에 허태정 대전시장이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청 제공

이날 공사 현장을 찾은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민 불안과 관련해 "안전을 위해 편성한 안전관리 자문단 등 전문가 점검반이 최선을 다해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이날 현장 방문에 이어 관내 재개발·재건축 등 현장 80여개소의 해체공사 적정성 여부와 건축물 안전 상태 등을 살펴 시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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