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시장에 장을 보러 가던 아내, 아버지와 함께 버스에 올랐던 막내딸, 학교에 갔다 귀가하던 늦둥이 아들까지. 한 순간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과 황망함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어이없는 사고에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 재건축 철거현장 붕괴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지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지난 10일 똑같은 사고가 광주에서 다시 일어났고 무려 9명이 희생되고 8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당국의 조사 이후에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노후 건축물의 사전 안전진단 부족,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 현장의 안전 불감증, 감리 부실, 하도급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년전 잠원동 사고 발생 직후 철거 현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관계기관들은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법규를 정비하고 현장 관리 감독을 현실에 맞게 강화했다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잃고 나서 만들어진 기회를 또다시 허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전지역은 최근 그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총 93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지만 8곳에 달한다. 또 대전은 전체 건축물 13만 3405동 중 50.6%가 노후건물로 전국 노후건축물 비율(38.7%)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사실상 대전은 전체 건축물의 과반수가 30년이 지난 낡은 건물인 상황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물론 소규모 철거, 노후건물 관리까지 더 세심한 안전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소를 잃었더라도 다음 소를 위해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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