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소개되는 클럽의 약칭은 BVSC이다. 원래는 쿠바음악의 전성기로 불리는 1930~1940년대 쿠바의 수도 아바나 동부에 있던 고급 사교클럽을 일컬었다. 당시 아바나에는 카바레·클럽 같은 사교장이 번성하였는데,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일군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모두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환영받는 사교클럽'을 뜻한다.

 1995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레코딩 프로듀서인 R.쿠더와 영국의 음반사 월드 서킷 사장 N.골드가 쿠바 음악가들의 합주를 녹음하기 위해 쿠바를 찾았다. 이듬해 다시 쿠바를 찾은 쿠더는 흩어져 있던 노인 연주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다.

 멤버는 기타리스트 꼼바이세군도, 엘리데스 오초아, 볼레로 가수 이브라힘 페레, 피아니스트 루벤곤살레스, 유일한 여성 멤버인 보컬 오마라포르투온도 등이다. 1946년생인 오초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되었다.

 낮에는 이발사로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시작한 꼼바이세군도(1907生)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최고령자이며 정신적 지주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음악을 버리고 온갖 잡일을 하게 된다. 이발사, 페인트공, 시가를 마는 일까지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끝까지 버릴 수 없었다.

 이브라힘 페레(1927生)는 클럽이 문을 닫음으로 인해 목소리를 묻어둔 채 하바나의 뒷골목에서 신기료 일을 했다. 이제 더 이상 구두닦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한다.

 오마라포르투온도(1930生)는 아바나에서 쿠바의 국가대표 야구선수인 흑인 아버지와 부유한 에스파냐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맘보, 볼레로, 단손 등 쿠바 음악의 본류가 망라된 이들의 음악은 주인공들의 무르익은 연주 솜씨와 삶의 무게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별자리가 되어 있었다.

 이 노인들의 허세 가득하고 낭만 넘치는 삶 속에서 연주와 목소리는 하나였고 그들의 열정은 음악의 선율에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카네기홀에서 전석이 매진된 가운데 펼쳐진 감동적인 콘서트 장면을 보여 준다. 이 날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멤버들이 쿠바의 국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장면의 오버랩은 시공간을 초월한 멋진 음악과 의미 있는 인생의 협연을 우리에게 “음악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 인생은 지금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건넨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몸은 연약해진다. 갈수록 포기해야 할 것들, 그리워하는 것도 많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나에게 집중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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