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최근 국내·외 주식,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음 정보를 접하거나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을 일컫는 ‘X린이’라는 호칭을 자주 접하게 된다. ‘주린이(주식초보)’, ‘부린이(부동산초보)’, ‘헬린이(헬스초보)’, ‘요린이(요리초보)’ 심지어 어린이 이전에 아기수준이라는 ‘주생아(주식신생아)’, ‘부생아(부동산신생아)’라는 말도 있다. 재미있고 친숙한 어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과민 반응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동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폴란드 태생인 야누스 코르착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의학을 전공하며 안정적인 삶이 보장됐으나 어릴 적부터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의 대한 관심이 많아 치료와 연구를 계속했고 훗날 교육자, 아동문학작가로도 활동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고아원을 설립해서 사회사업가로도 활동했는데 원에 입소한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 줄 보육교사와 교육과정은 물론 식당 메뉴를 직접 선택 하는 등 자신과 관련된 결정에 참여 할 수 있었다. 다소 파격적이었지만 코르착은 아동도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원아들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존재로 성장했다. 1942년 독일 나치의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역에서 혼자 살 수 있었으나 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오르며 생을 마감한 코르착.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UN은 1979년을 세계아동의 해로 지정해 헌신적인 업적을 기렸으며 그 해 폴란드 정부로부터 제출된 세계 아동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초안은 1989년 UN아동권리협약으로 채택돼 지금에 이르렀다.

코르착이 존중했던 권리주체자로서 아동들의 최근 활동을 살펴보면 스웨덴의 평범한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떨리는 감정을 억제하며 강한 어조로 국가 정상에게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아동 대상 범죄 예방 및 처벌강화, 놀 권리 보장, 통학로 안전, 활동적인 교복 착용, 의무교육 교통비 지원, 교육단체장 선거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동들이 의견을 제안하고 이행 약속을 공론화시키며 아동친화적인 사회 환경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연령에 따라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구분돼 왔고 어린이들은 당연히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더 이상 어린이들을 모든 면에서 어른보다 부족하고 미완성적인 존재로 대하기보다는 동등한 인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대할 때 두 가지 감정을 느끼는데 지금의 모습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존경입니다”라는 코르착의 말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며 권리주체자인 아동과 의무이행자인 어른이 세대 간 존중을 통해 서로 배려하며 소통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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