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오랜만에 대전이 웃었다. 잇따른 낭보 때문이다. 지난 5월, 서구 도안동 갑천지구가 국회 통합디지털센터 부지로 선정됐다. 갑천 생태호수공원은 전국 16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인프라가 우수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최적지로 꼽혔다.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데이터 공간인 국회 통합디지털센터는 국회와 공공기관, 시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갑천 생태호수공원과 함께 명품도시 대전을 견인하고 서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에 앞서 세종으로 떠나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빈자리를 대신할 공공기관 4곳이 최종 확정됐다. 이미 이전이 결정된 기상청을 비롯해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대전에 둥지를 튼다. 이들 기관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와 국토교통부 승인 등을 거쳐 오는 12월 이전을 시작한다. 이전 4개 기관의 종사자는 1,300여 명. 이들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통합디지털센터의 대전 입지와 기상청 등 4개 공공기관의 대전 이전 소식을 접한 서구 주민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가장 크게 상실감을 느낀 곳이 서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기부의 이전 강행에 서구 주민들은 동별·단체별로 릴레이 반대 성명과 시위를 벌였고, 국민청원에도 적극 나섰다. 그때의 아픔을 지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한 것은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지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냉담한 외면이었다.

이제 서구민의 상처와 상실감을 어루만져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에 오는 기상청 등 4개 공공기관은 서구로 와야 한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으로 유출 피해가 가장 큰 곳이 서구이기 때문이다. 실제 둔산동에 있던 창업진흥원은 이미 2020년 12월 대전을 떠났으며, 월평동의 신용보증재단중앙회도 2022년 11월 세종으로 떠난다. 이른바 ‘기상청+α(알파)’의 대전 이전은 중기부 이전에 따른 도심 침체와 지역민의 상실감을 상쇄하는 균형발전 대책인 만큼 가장 큰 유출지역인 서구로의 이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구에는 이들 기관이 입지할 수 있는 부지가 풍부하다. 정부대전청사 내 유휴 부지의 경우 당초 증축을 고려해 마련된 만큼 상당한 규모의 청사 증축이 가능하다. 서구 관저동 구봉지구의 교육·연수 클러스터도 있다. 서구 월평동의 한국마사회 대전지사 건물도 공동매입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면 이전 후보지로 손색이 없다. 특히 대전마권장외발매소 폐쇄에 따른 도심 공동화와 월평상권 침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기상청 등 4개 공공기관의 대전 이전 소식에 지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혁신도시 시즌2가 본격 추진될 경우 이번 공공기관 이전으로 대전이 또 역차별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기상청+알파의 대전 이전과 혁신도시 이전 기관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기상청 등 4개 공공기관은 중기부와 산하 기관이 입지해 있던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웃을 일 없던 지역민들이 오랜만에 웃었다. 이 미소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상실감 회복, 지역경제 돌파구 마련,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을 고려한 입지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당위성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당연히 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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