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 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특례시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특례시의 기준을 인구 100만명으로 정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외 주요 도시들은 여전히 특례시 승격을 원하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권한 일부를 위임해야 할 도지사들은 반대하겠지만 선거에 돌입하면 입장이 바뀔 수 밖에 없다. 특례시 승격을 원하는 도시들은 각 도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다. 도지사 후보들은 주요 도시의 특례시 승격을 공약하거나, 최소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1년여 뒤에는 다시 특례시 승격 논란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후 각 지자체들은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조금의 이익·손해에도 살벌한 설전이 오간다.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각 도 대표도시들의 특례시 승격 추진은 그렇지 않은 시·군에게 ‘배부른 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청주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례시로 승격되도 재정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적극 항변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타 지자체는 없다. 충북도가 직접 나서지 않고 타 시·군을 중심으로 청주시의 특례시 승격을 반대하게 한 것은 이시종 지사의 정치감각을 돋보이게 했다. 충북도에 대한 청주시민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여론이 상대적 약자인 시·군의 편에 서게 했다.

 1년여 뒤 돌아올 ‘특례시 승격 2라운드’에서 청주시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재정과 권한 두 마리 토끼 중 재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행정체제를 갖췄다. 일본에는 특례시와 비슷한 형태의 정령지정도시가 있다. 정령지정도시 지정을 놓고 일본 내에서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카나이 도시요키는 2007년 ‘자치제도’란 저서에서 “정령지정도시를 추진하는 도시들이 재정혜택과 행정권한을 모두 갖지 못하자, 재정을 포기하고 권한을 택했다”고 정리했다. 이런 개념에 대해 이민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맛있는 음식은 돈을 주고 산다. 갖고 싶은 권한이 있다면 역시 돈을 주고 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주시가 특례시 승격을 통해 재정혜택과 권한을 모두 갖는다면 청주시민의 편익은 올라가겠지만 충북도내 타 시·군민의 편익은 떨어진다. 반대로 청주시가 특례시 승격 후 예를 들어 균형발전기금 조성 등을 약속하고 이행한다면 타 시·군민의 편익은 올라간다. 이 때 떨어질 청주시민의 재정적 편익은 청주시가 갖게 될 권한으로 채워가야 한다.

 행정조직은 통상 현장에 권한이 주어질 수록 효율성이 상승한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책임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특례시 승격 후 타 시·군에게 양보하며 본 재정적 손해는 청주시가 갖게될 권한을 통해 부가가치를 키워 보충하면 된다. 즉, 청주시와 충북도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다.

 의문이 하나 제기될 수 있다. 청주시가 재정은 포기하고 권한을 얻었는데도 부가가치가 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없다면 특례시도 추진해선 안 된다. 청주시가 특례시로 승격하면 시청 조직은 커진다. 그럼에도 부가가치 상승효과가 없다면 청주시민의 비용만 늘어나게 된다. 공무원만 좋자고 특례시를 추진하는 셈이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청주시가 권한과 조직을 더 갖고 싶다면 더 뛸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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