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대전시 공공교통정책과장

▲ 최진석 대전시 공공교통정책과장
 ‘충성! 신고합니다. 이병 ○○○는 몇월 몇일부로 자대배치를 명(命)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우리나라 군인이라면 이러한 신고는 모두들 해봤을 것이다. 군대를 제대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당시 결의에 찬 군인정신에 아직도 전율이 감돌기까지 한다.

 다가오는 6월 6일, 호국영령에게 예를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현충일이라서 그런지 몸에선 애국심이 끌어 오른다. 우리시에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이 편히 쉴 수 있는 소위 명당이라 불리는 국립대전현충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 여기에는 9만 5000여위가 안장돼 있고 유가족을 비롯해 어린이와 단체회원, 일반시민 등 한 해 수백만 명이 넘는 참배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 나라에서 국립현충원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 특히 국가지도자나 정치인 등 저명도가 있는 인물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 상징성이 있는 현충원을 방문하곤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표함은 물론, 국가 안녕을 빌면서 정통성을 이어받아 국민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고 다짐하기 위해서다. 또 외국 국가원수나 주요 외교사절이 방문할 때 우선적으로 그 나라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것도 그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는 무명용사를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름도 계급도 알 수 없는 무명용사들에게 최고 예우를 받치는 것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반화된 현상이다.

 무명용사 묘에는 더욱더 특별한 존경심이 부여되고 있다. 신분과 명예가 보장된 전사자들과 달리 무명용사는 이름도 없이 고국에 생명을 바친, 보상은커녕 이름마저도 없는 희생자들이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미국도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예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무명용사 묘를 지키는 병력을 올드 가드(old guard)라고 하는데 이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이 되며, 24시간 365일 묘를 지키는 시간에는 어떠한 날씨나 상황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2~3시간 단위로 교대하는데 이 교대식은 엄숙하기로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도 한다. 몇 년 전에 폭풍우 속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고 조각처럼 경비를 서고 있는 올드 가드들 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적잖은 감동을 받았었다.

 또 몇 년전 눈이 많이 내렸던 새해 어느 날, 한 언론기사에 ‘눈이 많이 내렸을 때 당신은 무엇을 제일 먼저 하시겠는가?’라는 물음에 미국인들은 ‘국립묘지를 찾아 묘에 쌓인 눈을 치우겠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호국영령을 위한 미국인의 정신에 또다시 큰 감동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정신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잘 하고 있지만 본받을 필요가 있다. 6일 현충일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번 현충일에도 전국 각지에서 대전현충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전시에서는 참배객 교통편의를 위해 특별교통대책을 추진한다. 대전월드컵경기장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 2800여면 임시주차장을 마련하고, 아침 7시~오후 2시까지 임시주차장과 현충원을 오가는 셔틀버스 22대를 운행한다. 승용차 이용 참배객은 임시주차장에 주차 후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참배객은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차한 후, 7번 출구로 나오면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이해와 참여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두 번째 현충일을 맞는다. 현재에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앙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충일 당일 참배를 자제하고 현충일 전후로 분산해 참배하면서 호국영령에게 예를 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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