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세탁봉사서 자원봉사자 만나
거동 불편한 할머니들에 사랑 전해

나는 며칠전 자원봉사자들과 한 시골마을로 이불세탁봉사를 다녀왔다. 경로당 앞에 도착하자 땅바닥에도 놓여있고 손수레와 큰 외발 리어카에 가득 실린 이불보따리가 길게 놓여 있었다. 날이 풀리면서 겨울이불을 세탁해 넣어두려는 이불들이다.

세탁기가 한 바퀴 돌고나면 먼저 세탁한 할머니들은 이불보따리를 손수레에 싣고 집으로 가져가 빨랫줄에 한동안 더 건조시킨다. 그러다보니 서로 먼저 빨아달라거나 내 이불은 언제 나오나 이동세탁차옆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세탁기가 두 바퀴쯤 돌아갈 무렵 이동세탁차 옆에서 빨래 나오기를 기다리던 한 할머니가 "나는 리어카에 싣고 가면 되는데 저 분은 저 산 너머 배나무골까지 가야 한다. 근데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빨랫줄에 널지도 못할 것 같으니 어떻게 배달해 주면 안 될까?"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라며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는 "저 분 것도 가져다 드리고 어머니 것도 가져다 드릴게요"라고 말하자 그 분의 표정은 순간 환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할머니 연세도 여든넷이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봉사자의 차량 트렁크와 뒷좌석에 세분의 이불보따리와 손수레를 가득 싣고 할머니들까지 태우자 하나같이 "아이고 오늘 호강하네"라고 좋아하셨다. 그날 두 차례에 걸쳐 산 너머 배나무골 할머니들의 이불을 모두 배달해 집안에 널어드렸다. 봉사자들도 할머니들이 손수레나 리어카를 끌고 사랑재 또는 배나무골을 넘어 다니는 게 측은했던지 흐뭇한 표정이다.

다음날 그 봉사자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봉사활동 갔을 때 지난해에 비해 너무 수척해진 할머니들을 보니 애처로웠다"며 "다음에도 내가 이불을 수거하고 배달도 해줄 테니 나를 꼭 그 마을에 편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원봉사자의 마음이 참 아름답게 다가온 하루였다. 류두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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