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에게 필요하다고 정해진 것을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 학생은 국가나 학교가 결정한 교육내용을 배울 의무만 가질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하게 되는 일들이 모두 다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다르고,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학생 하나하나가 배우고 싶은 것, 배워야 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인문계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과 직업계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으로 나뉘고, 일반고등학교에서도 중점적으로 배울 교과에 따라 나뉘게 됩니다.

 이처럼 고등학교에 가면 학생들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기 진로에 대한 선택은 중학교 단계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세종교육청의 경우, 중학교 교육과정을 ‘나다움교육과정’이라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나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말입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역시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대응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국가나 학교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했다면, 이제부터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가르침이 중심이던 학교가 배움이 중심이 되는 학교로 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느냐 입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했을 때, 학교가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선택은 무의미해집니다. 학교가 가르칠 수 있는 것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선택권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과목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별로는 그 다양한 선택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선 다양한 선택에 대응하는 교사가 부족했고, 적은 수의 학생이 선택했을 때는 그 과정을 개설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별로 제한된 선택과목을 억지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세종에서는 ‘캠퍼스 형태의 고등학교’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단과대학이 모여서 종합대학를 구성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고등학교입니다. 3개 정도의 고등학교를 한 캠퍼스에 모아서 짓고, 그 고등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합니다. 학생들이 자기가 소속된 학교의 교육과정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한 학교에서는 선택한 학생이 적어서 개설할 수 없는 과목도 다른 학교와 합치게 되면 한 학급이 될 수 있어서 학생들의 선택폭에 제한이 없게 됩니다. 마치 다른 단과대학에서 개설한 강의를 듣는 대학생처럼 캠퍼스형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의 담을 넘나드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 ‘캠퍼스형 고등학교’를 2014년 선거공약으로 약속을 했고, 올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승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고등학교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세종교육청은 2014년 직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캠퍼스형 고등학교’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입니다. 지금 개설된 학교 교과목 이외에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개설한 교육과정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350개 강좌가 개설되어 운영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이수한 중학생이 1200여명, 고등학생은 4400여명입니다. 학교의 담을 넘어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공동교육과정의 운영은 참여율이나 만족도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캠퍼스 고등학교’가 설립이 되면 2025년부터 시작되는 고교학점제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전국 최초의 고등학교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곳을 중심으로 세종시 각 고등학교가 학교의 한계를 넘어서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국가, 교육청,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배우는 학생들이 배울 것을 선택하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그 학생의 진로설계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새로운 교육형태이지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변화지만 우리 세종교육청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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