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보령시장

쉽게 버려진 편의가 부유하는 바다, 가볍게 던져진 편리가 가라앉아 비양심으로 침전되는 바다, 답답한 일상에 상쾌하고 시원한 가슴을 선물하던 바다가 이제는 우리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며 해양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가공을 거치는 거의 모든 생산물과 공산품은 인간의 편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불편조차 감수하지 못하는 우리의 짧은 인내는 이러한 편의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편의를 제조하고 편의를 소비하는 한 인류는 불편한 대가를 지급해야만 한다. 쓰레기, 폐기물, 오염원 등의 수거, 매립, 정화 작업 비용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비용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로 번지고 있다. 걱정과 우려의 수준이 아니라 현실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 가운데서 해양쓰레기라고 불리는 특정 부분에 한정하여 논하고자 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해양쓰레기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제조·가공한 것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모든 고형물(固形物)을 말하는데 국내법에는 폐유, 오수, 축산 분뇨, 오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해양쓰레기는 홍수나 폭우로 하천·강·바다로 유입되거나 해변 주민과 관광객에 의한 쓰레기 방치 및 무단 투기로 발생하는 육상요인과 어업, 낚시, 선박의 운항, 해양구조물 등에서 발생하는 해양요인으로 나누어진다.

해양쓰레기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발생한다. 한마디로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쓰레기는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이 머문 곳은 쓰레기도 같이 머문다. 사람은 머문 자리를 떠나지만, 용도 폐기된 모든 것은 대부분 쓰레기가 되어 같이 떠나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수록 쓰레기가 될 확률은 높다. 이렇게 육상과 해양에서 만들어지고 버려진 쓰레기의 일부는 수거되지 못하고 해양을 떠돌거나 해안에 쌓이게 된다.

최근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지구 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다의 변화는 지구 전체 기후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변수이다. 바다는 워낙 크고 넓을 뿐 아니라 시민과 물리적 거리도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방문 횟수로 인해 내 집 앞 쓰레기만큼 불편을 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눈에서 멀어지면 잊혀지듯 해양쓰레기는 언뜻 나와는 무관해 보인다. 그래서 옷에 묻은 얼룩에는 민감하지만, 바다에 묻은 얼룩에는 무관심하게 된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수많은 단체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피해가 즉각적으로 현실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이해되고 우려는 되지만 현실의 행동은 버림의 편리를 택한다. 사용의 편의와 버림의 편리는 그렇게 양심을 떠나 바다를 떠돌거나 해저에 가라앉아 어느 날 해변의 날카롭고 불편한 유리 조각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사용의 편의, 버림의 편리와 함께했다면 이제부터는 거둠의 불편과 같이 지내야 한다. 편의와 편리는 나를 위한 현재의 일이지만 거둠의 불편은 나의 후손을 위한 미래의 일이다. 슬그머니 바위틈에 버린 페트병과 바람에 날아간 찢어진 비닐은 그물망에 걸린 생선처럼 우리의 아이들을 치명적인 환경의 올가미에 갇히게 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슈퍼 영웅은 아이언맨도 원더우먼도 아니다. 편의와 편리를 소비하고 거둠의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며 행동하는 우리 소시민들이다.

필자는 여러분들이 조금은 불편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주방 싱크대에서 시작하는 바다가 거실에서 부드럽게 밟히는 모래사장이 되고 그리고 마당에 넘실대는 파도가 되어 모두의 마음에 거둠의 불편이 만들어 낸 빛나는 해양과 함께 살기를 바란다. 보령시가 올해를 '해양쓰레기 수거 원년'으로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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