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5월에 있는 기념일을 보면 왜 5월이 계절의 여왕인지를 알 수 있다. 가장 생기 넘치고 신록이 짙어지니 붙은 말이겠지만 기념일도 나뭇잎만큼이나 풍성하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다. 그래서 5월을 어린이의 달,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최고의 계절다운 기념일이다.

 어린이 시절이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하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과 성장환경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적부터 안전에 대한 지식과 가치관을 잘 형성해주어야 그것이 평생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지켜주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에서 가장 오래된 역점시책 중의 하나가 어린이 안전대책이다. 어린이에 대한 투자는 가장 오랫동안 효과를 지속하는 것이니 소위 말하는 가성비도 높다. 그래서 소방의 안전프로그램 중에 어린이와 관련된 사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장 많다. 학교 교육과 연계해 일상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교과목마다 안전과 관련된 지식이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불조심 포스터를 모두 그려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체험을 통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어린이 안전체험 교실을 운영하며 각 시·도마다 전용 안전체험관을 확충하고 있다. 소방의 자원을 이용해 어린이의 심신발달을 도모하고자 만든 한국119청소년단은 1963년 어린이소방대에서 출발한 지 60여년이나 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소방동요를 통해 안전활동을 가르치는 사업도 20년이 넘었다.

 1999년 6월 30일 발생했던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이후 어린이 안전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함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학교의 소방시설은 대폭 강화되었고 어린이 안전교육은 어린이집부터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과목이 되었다. 교육자들도 이에 대한 책임의식과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매년 수십 명씩 화재로 사망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크게 감소했다. 매년 만우절이면 걸려오던 어린이들의 119 장난전화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해도 된다. 충남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단 한건의 장난전화도 걸려오지 않았다. 최근에 어린이들의 화재 시 대처행동을 실험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적이 있다.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사전 예고가 없는 상태에서 화재 비상벨을 울렸더니 친구들과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줄을 서서 코를 막고 밖으로 대피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안전의식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어린이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도 거의 없어졌다. 이처럼 어린이 소방교육의 중요성은 실적으로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5월만 되면 후렴구가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인 어린이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로 산으로 뛰어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이 안전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그리고 한 만큼 이상의 성과를 내주는 한국의 어린이들에게서 소방이 오히려 배우고 있다. 조기교육의 부작용이 없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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