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본부장

매년 5월 22일은 1993년 유엔이 제정한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생물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런 기념일까지 생겼을까?

다양한 생태계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해양 생태계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고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열대 삼림 생태계도 식량 제공, 이산화탄소 흡수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계는 존재하는 종이 다양할수록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으며 각각의 종은 생명의 그물 속에서 자신의 역할, 특히 인간 생존을 위한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종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생명의 그물 속 균형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우리가 누리는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 된다.

그런데 현재 매년 2~3만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향후 20년 후에는 지구 전체 생물종의 약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람사르 협약, 세계유산 조약, 워싱턴 조약, 본 협약 등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다국적 조약이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최신 연구기법 ‘환경유전자(eDNA) 연구 및 조사 사업’을 통해 환경의 자연성 회복, 그 중에서도 물 환경에서의 생태계 다양성을 지키고 활성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환경유전자란 흙, 물, 공기 등에 남아있는 생물의 유전자(DNA)를 말하는데 이를 분석하면 어떤 생물이 그 환경에 서식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환경유전자 연구는 미생물 분야,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물다양성, 경제성 어종분포, 유해종 추적 등 분야에서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기존 직접 채집, 흔적 조사 등 전통적인 조사법보다 정밀한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결과물의 활용도가 높으며 조사의 안정성이 높고 연구 과정에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4대강보 개방 이후 영향 분석에서도 이 기법이 도입됐는데 연구결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다.

소식의 주인공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라는 어종이다.

흰수마자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네 쌍의 흰수염이 특징이며 유속이 빠르고 깨끗한 모래가 깔린 환경에 서식하며 금강, 낙동강, 한강의 일부 구간에만 서식해 왔다.

주로 모래에 숨어서 생활하기 때문에 직접 채집을 통한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환경유전자 연구 덕택에 흰수마자의 서식 분포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유역 수생태계의 멸종위기종 어류 조사와 함께 수생태종 지도 구축, 오염원 추적, 유충 등 이슈 생물 조사, 기후변화에 따른 물환경 유해 미생물 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환경유전자 분석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환경 및 생태계 변화를 더 과학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환경유전자 연구 인프라를 확장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자연은 손상으로부터 자연스레 회복하려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 앞길을 막지 않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그 회복 절차에 힘을 보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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