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대 ETRI 데이터중심컴퓨팅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

“무슨 연구해요?”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밝히면 많이들 묻는다.

“컴퓨터 운영체제요.”라고 답하면 되묻는다. “운영체제가 뭐예요?” 보통은 “윈도우즈 같은 거요.”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알겠다면서 넘어간다.

최근에 예외가 생겼다. “윈도우즈 같은 거”라고 했더니 “윈도우즈가 뭐예요?”라고 되묻는 것이다.

상대는 스무살, 당연히 윈도우즈는 알 거라 생각했다. 한참 고민하다가 “iOS 같은 거”라고 하니까 드디어 알겠다고 한다.

윈도우즈보다 iOS가 더 친숙한 세대라니 갑자기 무릎이 쑤시는 것 같았다.

지인들의 간단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운영체제를 왜 연구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하는 처지가 될 때면 영 곤란하다.

보통 사람에게 운영체제란 허구헌 날 업데이트 해달라고 조르는데 해줘 봐야 달라지는 건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은 블루스크린을 보기 힘들다는 것 정도가 변한 것 같다.

대관절 운영체제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하드웨어와 응용프로그램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다양한 회사에서 만드는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응용프로그램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실행되도록 해준다.

삼성폰과 LG폰에서 똑같은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운영체제가 같기 때문이고 아이폰에서는 다른 버전의 카카오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운영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이 한정된 배터리로 더 오래 가게 하는 것도 운영체제의 역할이다.

건물 한 층을 차지하는 슈퍼컴퓨터가 전력을 아끼면서도 제 속도를 내도록 하는 것도 운영체제의 역할이다.

유튜브 아이콘을 터치하면 지체없이 실행되게 하는 것도 운영체제의 역할이다.

수 많은 컴퓨터들에 흩어져있는 영상과 시청 패턴 데이터를 빠르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렇다.

그 덕에 인공지능이 우리가 보는 영상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볼거리를 준비해 놓는 것이다.

최근에는 운영체제의 역할이 더 넓어졌다. 하드웨어와 응용프로그램을 연결시켜 주는 것에 더해서,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의 메모리가 부족하면 다른 컴퓨터의 메모리를 빌려 쓸 수 있게 해주는 분리 메모리 기술이 나왔다.

컴퓨터 한 대의 연산능력이 부족하면 컴퓨터 여러 대를 합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역 가상화 기술도 나왔다.

운영체제가 없으면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필자가 연구하는 것도 이런 분야다.

그러고 보면 운영체제는 정부와 닮았다. 정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국제 정세 속에서도 국민들의 삶이 더 좋아지게 하기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한다.

운영체제도 빠르게 발전하는 하드웨어와 다양해지는 사용 패턴 속에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한다.

운영체제 연구는 필요하다.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투표해야 나라가 잘 굴러 가듯이, 운영체제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지원을 해야 컴퓨터들이 잘 굴러 갈 수 있을 테니까.

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하는 시대다. 운영체제가 뒤처지면 모든 것이 뒤쳐진다.

이미 많은 연구원들이 운영체제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니 더 잘하라고 성원해주고 많은 연구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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