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영 대전시 재난관리과장

전래동화 중에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더운 날이면 우산이 안 팔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부채가 안 팔려 자식을 끊임없이 걱정하던 어머니.

역설적이지만 가뭄 해소해 도움을 줄 비가 내리기를 바라면서도 집중호우를 걱정하는 것은 바로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지난해 적도 부근의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23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4개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고, 6월∼8월까지 지속된 장마와 집중호우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인 54일간 지속됐다.

이로 인해 농경지 2만 7932㏊와 약 9000여채의 주택침수가 있었으며, 4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는 등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줬다.

우리나라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23.4∼24.0도)보다 높고 7∼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수량은 평년(622.7∼790.5㎜)과 비슷하겠으나 여름철 동안 발단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고 지역적인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전시는 이달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표준화된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운영 및 인명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현장 밀착형 방재시스템을 가동해 여름철 풍수해 대책을 중점 추진한다.

시는 기상특보를 예의주시하면서 평시부터 비상단계까지 5단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중앙과 대전시, 구 재난안전대책본부와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인명피해(급경사지 등) 우려 지역 80곳, 침수 우려(지하차도 등) 도로 50곳, 야영장(상소오토캠핑장 등) 8곳, 하천 공사장 및 시설물 30곳 등에 대해 안전사고 요인을 사전에 발견하고 제거하는 등 선제 대응을 했다.

아울러 하상 주차장 등 침수우려지역 17곳은 위험도를 등급별로 관리하는 한편 관리책임자를 지정했고, 집중호우 시 인근 지구대와 연계해 진입 차량을 통제해 차량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유사시 응급복구 등에 신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굴착기, 덤프트럭 등 총 872대를 확보하는 한편 긴급 동원체계 확립을 위해 재난자원관리 공동활용 시스템에 자료를 입력하는 등 사전협의 조치를 완료했다.

재난유형별 행동 요령, 피해위험 지역 홍보, 재난발생 시 상황전파 등 홍보를 위해 지역방송사, 전광판, 지하철, 학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풍수해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가정마다 재해예방에 관심을 두고 지금부터라도 우리 집에 새는 데는 없는지, 하수도는 막히지 않았는지, 축대 등 주변에 무너질 데는 없는지를 바로 점검해야 한다.

이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것 같은 더위가 시작되는 날씨이다. 우리는 태풍과 같은 풍수해로 큰 피해를 경험해 왔고,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풍수해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대전시는 여름철 자연 재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