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7~1971)기간에 본격적인 아파트 건설의 붐이 일어났으며 지금은 한국 인구 70%가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는 지구상에서 인구 대비 아파트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제 둘 이상 모이는 사적모임에는 가는 곳마다 ‘아파트’ 이야기를 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서울 어디는 몇억이 올랐더라'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소재이다.
어느 정부건 최우선 해결과제인 '집값 안정'에서 집은 바로 아파트를 말한다.
지금도 대형건설사는 우리나라 곳곳에 틈만 있으면 아파트를 짓고 있으며 청약이 시작되면 엄청난 사람들이 몰린다.
한국에서 아파트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가는 부의 상징이 되었으며 고급아파트는 극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며 함부로 그 영토에 접근할 수 없는 매우 배타적인 공간이 되었다.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에게는 199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가 프랑스에 가서 한국의 항공사진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한 친구가 그 사진 속의 아파트 단지를 보고 “이거 무슨 병영 막사나 전쟁할 때 필요한 방어벽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파트가 주는 이미지는 똑같은 형태의 반복이 무수히 이루어져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마치 정보화 시대의 디지털화 된 인간의 익명성을 보는듯 하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삶은 인공물로 뒤덮인 기능화 된 환경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하나의 디지털화 된 객체로 살고 있다. 한국은 스카이라인과 지하 깊은 곳까지 공동체적 공간은 사라지고 파편화, 획일화된 공간이 지배되는 사회로 가는 것 같아 매우 가슴이 아프다.
아파트의 화려한 모델하우스와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에는 마치 거기에 살면 귀족이 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란한 모습과 광고문구로 우리를 유혹한다. “어느 아파트에 몇 평에 사느냐”가 나의 존재감을 말해준다.
누군가에게 집이 휴식과 자유, 그리고 안정을 위해 절실할 때 누군가에게는 손쉽게 돈벌이 수단이 된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아파트는 평생 벌어도 소유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집은 주거가 아닌 주택,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규정지어 버렸다. 지금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나마 넘쳐나는 아파트는 많은데 정작 집이 없어서 애를 태우는 사람이 많은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