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순 대전민예총 사무처장

얼마 전 지역 일간지의 한 지면을 통해 드디어 대전에도 음악창작소 설립이 임박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그동안 지역의 뮤지션들이 수년 동안 간곡히 요청해왔으나 관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던 터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꼼꼼히 읽고 나서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내용으로만 보면 연습과 창작을 위한 음악창작소가 아니라 뜬금없는 공연장 하나가 더 생겨지는 것이었다.

서둘러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에 문의해 봤으나 진행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수소문 끝에 시의 문화콘텐츠과에서 사업을 전담하고 있으며 신청 마감을 앞두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계획안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담당부서로부터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다가 불과 며칠 뒤 지역의 언론들과 자신의 치적인 양 올려대는 개인들의 SNS를 통해서야 우려했던 대로 설계된 황당한 음악창작소 선정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업을 준비해봤던 문화재단을 사업에서 배제시킨 패싱도 문제지만 축구장을 지어 달랬더니 야구장을 지어 주겠다는 식의 잘못된 계획안에 대해 그간 함께 고민하고 논의 해왔던 뮤지션들과 문화 예술 관계자들은 격노했고 이대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랜 염원으로 얻게 될 소중한 공간이 정작 뮤지션들에게는 무용지물 천덕꾸러기로 있다가 5년의 임대기간 만료와 함께 소멸될 재원 낭비의 수순이 불을 보듯 자명하기 때문이다.

담당 부서를 찾아가 장소 변경이 최선이겠으나 그게 불가피하다면 전면적인 설계 변경을 통해서라도 음악창작소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녹음실과 연습실이 주가 된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재설계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공간 설계 전에 반드시 심도 있는 세 차례의 공청회를 가지기로 약속을 받아 냈다.

이번 음악창작소 조성사업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보면 그동안 관을 통해 시행됐던 수많은 문화 예술정책이나 공간 조성 사업에서의 불합리한 면면들을 한눈에 보는 듯하다.

대부분의 정책이나 공간 지원 요구는 실 사용자들인 예술인들에게서 생성된다.

직접 활동을 통해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필요에 의해 모아지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의견이기에 가장 많이 귀 기울여져야 함에도 어느 순간 불쑥 생겨난 단체나 몇몇의 무리들이 전면에 나서서 정치적 치적이나 영리적 목적을 위해 졸속 추진시키다 보니 최초의 원안이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물들이 속출해 왔다.

대전에 공연장 수가 적지 않음에도 어느 곳 하나 목적대로 쓰이지 못하고 강당인지 공연장인지도 모를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된 공간들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예술인들도 내가 아닌 우리의 의견들을 지혜롭게 모아서 전달하고 관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성 있는 정책과 시설들을 만드는데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지역의 뮤지션들이 부담 없이 연습실과 합주실을 사용하며 음원을 제작하고 학습과 소통, 쉼의 공간들을 통해 소통하는 음악창작소라는 뮤지션들의 놀이터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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