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사상 최악의 대형산불. 수천㏊에 달하는 산림이 순식간에 불에 타던 그 산불을 우리는 모두 기억한다. 본격적인 영농준비로 화기 취급 횟수가 많아지고 따스한 날씨에 등산객이 증가함과 동시에 계속되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요즘 같은 봄철 기간이 바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여느 재난·재해와 같이 산불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신고 접수 후 한 시간 내에 산불 현장에 도착하여 진화를 시작하는 것을 골든타임이라 한다. 그런데도 한 번 발화된 산불로 인해 훼손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산림을 가꾸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산불로 인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모든 생명이 정지되고, 아름다운 산하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봄철 산불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입산자의 실화, 쓰레기 소각과 같이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대부분인 만큼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산객 및 영농인 등의 각별한 주의와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나 논·밭 태우기, 불법취사 등의 행위로 발생한 작은 불씨가 큰 화마로 바뀌어 산을 할퀴고 지나가면 그 상처를 치료하는 데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곳 동구에는 대전을 대표하는 식장산과 만인산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전 내 5개 자치구 중 산림의 면적이 가장 넓다. 어느 누군가에는 삶의 터전이고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존재인 산림을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산불을 예방하는 지킴이가 되었으면 한다.

 나무의 혁명이라는 말처럼 최근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로 목재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첨단 목재 건축기술들이 개발되고 나아가 미래도시에 대한 해답을 목재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한 미세먼지 해결책에 대한 답도 숲에서 찾고 있다. 잘 가꾸어진 숲은 방치된 숲에 비해 1㏊당 연간 10t의 탄소를 더 흡수하고 14t의 물을 더 저장하는데 이는 2,000cc 승용차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5~7배에 해당하는 양이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나무는 다시 평균 10t의 산소를 생산해낸다고 한다.

 다시 말해 도로마다 넘치는 자동차와 아파트 난방, 우리가 부족한 줄 모르고 소비하는 화석 에너지가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나무와 숲이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너무나도 유명한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소년에게 자신의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어 행복했던 나무!

 하지만 더 이상 내어줄 것이 없다는 마지막 장면은 ‘건강한 사랑’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게 한다. 따스한 봄날을 보내며 어느 날 문득 다시금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건강한 사랑에 대해 떠올려본다. 과연 우리는 숲과 건강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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