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 오원화랑 대표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주말에 한 번씩 고향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며 집안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다.고향집으로 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걸리며 한 달에 서너 번 가는 길이지만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사계절의 변화에도 그러하지만 주변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봄에는 봄 향기와 더불어 파랗게 솟아나는 새싹들, 여름엔 짙은 녹음과 무성한 나뭇잎들, 가을은 결실의 계절답게 넓게 펼쳐진 들녘에 벼들이 알알이 익어가며 황금 들녘을 이룬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붉은색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낸 가을이 끝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진 고운 단풍잎들, 하얀 이불을 덥고 고이 잠든 들녘을 보면 어느새 한해가 지나가는지 세월이 무상함을 새삼 느껴진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고향집 앞마당에 도착 한다.

반기는 사람은 없고 쓸쓸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고향집.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반갑게 맞아 주시며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왔느냐 말씀하실 어머님 생각이 난다. 밥을 먹을 때도 되지 않았는데 배고프지 하시면서 텃밭에서 상추 따고, 고추 따고, 호박 따서 된장 끓여 주시며 맛있게 많이 먹어라 하시던 어머님이 안 계시니 예전과 달이 허전하고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젠 부모님이 안계시니 먹어 볼 수도, 들어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한해 두해가 지나가면서 부모님의 행적과 말씀하셨던 일들이 생각나며 불효한 마음이 죄책감을 느끼며 왜 그때 잘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한없이 후회가 된다. 다시 저세상에 가서 모시고 산다면 잘못한 것들 용서를 빌고 효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해 본다.

부모님 생각도 잠시 잊고 집안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제초작업과 소나무 손질은 봄부터 가을까지 일상으로 하는 일이다. 5백 평 정도의 대지에 집 평수만 남기고 모두 소나무만 심고 가꾸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벅찬 일이지만, 하나하나 손질하고 가꾸어 놓으면 자태가 멋있어 보이는 것이 좋아서 40여 년 동안 애정을 가지고 길러온 것이다. 다른 나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소나무는 정직한 성품을 가진 나무중의 나무인 것 같다. 자기 몸 일부를 희생하며 스스로 수형을 만들어 가면서 자라는 것은 우리 인간이 본 받고 살아가야할 덕목이 아닌가싶다. 소나무 예찬론을 펼쳐놓자면 무한하다.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나무로서는 더 할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나무인 것이다. 집안 정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제초작업인데 풀 메고 돌아서면 또 풀이 수북하고 장마철이오면 감당 못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다. 고향집에 올 때만해도 빨리 정리하고 쉬었다 가려고 왔지만, 정리정돈을 못해 다음으로 미뤄두고 가야만 한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버이날이 있기에 어머님, 아버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천만번 떠올려도 온화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던 어머님을 마음속에 그리며 두 분이 계셨던 정든 고향집을 한번이라도 더 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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