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우리 정치사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중심이 되어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든다고 만든 열린우리당을 3년만에 스스로 깨는 것이다. 직접 집을 지은 목수가 집이 마음에 안든다고 부수는 것과 같다. 어느 나라 정당사에 이런 일이 있을까?

연일 탈당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국회 원내1당의 자리도 한나라당에 내어 놓았다.

이대로 간다면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

과연 그렇게 될까?

여기에서 우리는 지금 열린 우리당의 탈당사태가 '노무현 색깔 지우기'의 작업, 또는 '위장 이혼'이니 '계획된 부도'일 수 있다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왜 한나라당이 우리당 탈당사태를 반기지 않고 오히려 비난하는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위장 이혼'을 제기하는 측은 노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면서 중도통합의 신당 출현으로 '서부 벨트'를 구축하면 정권재창출이 가능하고 그것은 곧 DJ와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온 정치라인을 안전하게 연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물론 그 계략에 다수 국민이 넘어갈지는 미지수다)

서부벨트란 무엇인가? 호남과 충청권을 묶는 반 한나라당 구도, 즉 이번 대통령선거 역시 지역구도로 갈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정치기반인 동부(영남)을 묶어 둔 채, 서부의 충청, 호남을 기반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거기에 거론되는 인물이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한나라당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들의 서부벨트 구축에 고건 전총리 보다 비영남권 출신이면서 수도권에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때 생수사업을 함께할 정도로 정치적 동지관계에 있는 안희정씨가 '다음 대권은 낙동강에서 결정된다'고 한 말은 매우 의미가 깊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세가 확산되지 않도록 낙동강에 묶어 두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 아닐까?

또 만약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 모두 영남출신이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쪼개져 선거구도를 두 사람 모두 뛰는 3자구도로 몰아가면 영남권이 분열하여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범여 신당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에 국민들은 '노무현' '열린우리당'의 이름이 지워진, 그래서 이들은 과거 5년을 다 망각하고 동(東)이냐, 서(西)냐, 한나라냐, 중도개혁 신당이냐만 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것이 소위 '주식회사' 선거개념이다.

주식회사는 단 1%만 많아도 전부를 지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회창후보가 노무현후보에게 불과 2.6% 차이로 패했지만 전부를 잃은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전략을 동원할지 모른다.

사실 역대 선거에서 경험했듯이 대권주자들의 지금의 높은 지지율 가지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변수는 얼마든지 있고 그 변수의 헤게모니는 언제나 여권이 잡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분열하지 않고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져 그 기반을 낙동강에서 북진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특히 충청권을 상징하는 금강에 전선을 구축하면 더 낙관적일 수 있다.

금강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공을 들이는 전선이다.

만약 금강전선이 여의치 않으면 여·야 모두 인천에 상륙하여 수도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그것이 더 실효성 있는 승부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충청권에서 수도이전을 강력히 반대해온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왜냐면 이번 선거도 주식회사 전법이 통할 테니까…. 우리당의 탈당사태, 3자 대결구도, 낙동강이니 서부벨트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6·25 때 맥아더장군의 전법을 보는 것 같다. 정말 '맥아더 전법'이 청와대로 가는 길인가.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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