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문제 無" 얘기 흘러 나와
발본색원 목소리도 작아져
투기의혹 대상 극소수일 땐
'셀프조사' 비판 직면 시각도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공직사회를 겨냥한 땅 투기의혹 '발본색원'(拔本塞源)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으로 점화된 도내 산업단지 개발지를 둘러싼 유사투기 척결 여론이 지난달 내내 비등했으나 최근 들어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의 오송제3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 등 3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내역 조회와 위법사실 조사 결과 1차 발표가 '부패와의 전쟁'을 본격화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7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청 감사관실은 28일 오후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189만 1000㎡, 총사업비 8540억원)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171만 600㎡, 총사업비 2708억원) △오송제3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675만㎡, 총사업비 3조 3910억원) 등 1차 조사지역 3개 단지에 대한 결과를 공표한다. 이 3곳의 토지거래내역 조회 대상은 3800여명이다.

감사관실의 철통보안 모드속 불법투기 '공직자 수'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토지거래내역 조회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으면 벌써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그 소문이 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차 조사 발표를 통해 투기의혹 대상이 극소수에 그칠 경우 '셀프조사'의 한계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잖다. 앞서 세종시는 지난달 18일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사전에 매입한 소속 공무원이 경찰 수사를 받는 3명이 전부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맹탕조사'란 뭇매를 맞았고 경찰은 세종시의 발표 다음 날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공무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은데 예단할 수 없지만 만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사 결과 발표가 이뤄지면 되레 여론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도청이 (부동산 투기의혹) 특별조사단을 3팀으로 구성했으나 셀프조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며 "투명성 보완을 위해 각 팀에 1명 이상의 외부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특별조사단에 외부전문가 참여는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땅 투기의혹 '발본색원'(拔本塞源)의 목소리가 4·7 재·보궐을 거치면서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며 결국 실체적 진실규명 없이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전국적으로 들끓었던 민심이 너무 조용하다"며 "재·보궐이 집권세력인 민주당의 완패로 끝나면서 정치적으로 심판이 완료된 게 아니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도내 곳곳에서 선출직 공직자와 일반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촉구 열기가 식었다"며 "지난달까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까지 보였는데…. 여론이 동반하지 않는 투기의혹 조사는 실체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조사가 본격화한 이달 들어 시민단체 등은 '공정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단 한 장도 내지 않고 있다. 충북도 등 각 기관에 투기의혹 조사를 전적으로 믿고 맡긴 모양새로 보인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지방의원 조사 결과가 포인트로 꼽는 시각도 나온다. 즉 토호세력이거나 토호들과 직간접으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만큼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조사에서 큰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을 조사하는 주체가 각 집행부라는 점에서 셀프조사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앞서의 여야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예를 들어 도청에서 도청의 업무를 감독하는 지방의회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충북도의 1차 발표가 도내 땅 투기의혹 정국을 가르는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최대 기관의 발표가 도내 각 기관 조사의 질적수위 등 방향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도청 모든 공무원과 충북개발공사 임직원은 6월말까지,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7월말까지 조사 결과를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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