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도 못 맞아… 물량 부족 원인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병원에 근무하는 각종 ‘아웃소싱’(외주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이 일반인 보다도 뒤처지면서 병원 내 집단면역 형성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일부 감염병 전담병원 조차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서 방역 최전선에 구멍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질병청이 정한 현행 병원 내 백신접종 기준은 의사나 간호사 등의 보건·의료인이 우선 대상이 되며 이후 의료인 이외 종사자 순으로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인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 이후 직접고용이 아닌 외부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병인, 경비용역, 청소노동자 등 종사자들은 기약 없이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일반인(75세 이상)을 대상으로도 접종이 시작됐지만 이보다도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대한병원협회는 각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백신 물량의 범위에서 빠른 시일 내 전체 종사자 대상 예방 접종이 완료하도록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지역 의료계는 당초 배정받은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른 종사자들까지 백신 접종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12일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들도 모두 외부업체 고용형태의 조리사들로 현행 기준에 따라 백신 접종이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각 병원은 백신 잔여 물량을 활용해 이들과 같은 아웃소싱 근로자에 대한 접종을 추진하게 되지만 이미 배정받은 백신 물량 조차 부족한 상태에 놓이면서 접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간병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병원과 무관하게 환자와 개별 계약을 통해 근무하기 때문에 백신 잔여 물량을 활용한 접종 대상에도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이 환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 순위에서 밀려남 점을 두고 전체 구성원에 대해 갖춰져야 할 집단면역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병원은 간병인 등에게서 코로나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만 검사를 권고할 뿐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진 않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대전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의료진과 병원 사무인력은 접종을 마친 상태”라면서 “다른 종사자들을 추가로 파악해 명단을 정리하는 중이지만 백신 접종이 가능한 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협회에선 백신 물량이 남을 때 간병인도 접종하라고 했지만 이미 백신 물량은 부족하고 접종 순위도 가장 뒷전인 간병인이 접종받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백신 잔여량 발생 시 신속히 접종할 수 있도록 외부 종사자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예비명단을 마련하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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