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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률 이해당사자 입장 미반영
광역단체-경찰 재원 근본적 시각차
‘청장 의견 들어야한다’로 수정키로
전국시도의장협 동일 조례안 논의도

▲ 충북경찰청 13개 경찰서 직장협의회는 지난 1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충북도는 치안전문가인 경찰의 의견을 존중해 경찰청 표준 조례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도와 충북경찰청간 입법예고된 도청발(發) 조례안 중 현격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몇몇 조항 가운데 일부 문구 수정이 이뤄지면서 양기관의 첨예한 갈등이 봉합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추후 '거대 논란'을 빚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충북도 조례규칙심의위원회는 도청발(發) 조례안 제2조 제2항을 수정하기로 서면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 사무의 범위 등을 개정할 때 도지사는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이 '도지사는 미리 기간을 정해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로 수정됐다. 그러나 재정이 수반된 제16조(경찰청 표준조례안 제14조) 공무원 후생복지 지원 대상과 관련해선 충북도의 의견이 반영됐다. 이 조항은 자치경찰사무 수행 공무원 및 직원에 대한 복지, 처우 등 지원(경찰청)과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 지원(충북도)' 등으로 구분된다. 충북경찰 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충북도청 앞에서 실시한 도청발(發) 조례안 반대 1인 시위를 중단했다. 조례안은 오는 21일 개회하는 제390회 도의회 임시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이후 상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실화한다.

문제는 그동안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가 보여온 일관된 입장을 보면 조례안 공포와 시행은 '임시봉합'일 뿐이라는 점이다. 재정이 수반된 제16조가 충북도의 의견대로 도의회 문턱을 넘을 경우 갈등은 또 다시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 제16조가 수정이 되더라도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대목이 명확히 담겨 있지 않은 현행 법률로 인해 언젠가는 또 다른 형태에서 재정을 두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야 하는 상황을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충북도는 경찰청 표준조례안을 따를 경우 2074명을 대상으로 연간 40억원을 매년 도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추계안을 뽑은 이후 현 자치경찰제가 사실상 국가경찰 중심이라며 중앙정부의 국비 전액지원이 타당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17개 전국 시·도지사는 2월 공동건의문에서 현행 법률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시·도의 재정 차이가 치안서비스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치경찰 교부세 등 별도의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자치경찰사무 수행비용, 사무국의 운영 전반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관받은 사무수행에 필요한 최소 범위의 재정적 지원(중앙정부)만을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손봐야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현행 법률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안(案)을 완전히 배제하고 국가경찰로 일원화한 상태에서 산하 광역시·도경찰청에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되 광역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무뉘만 자치경찰제를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치경찰제가 7월 전면시행되면 곳곳의 광역 시·도에서 재정, 사무 등 분야에서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인사권 등 권한은 주지 않고 재정부담만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거대 논란' 발생을 점칠 수 있는 개연성은 이미 포착됐다. 경찰청은 지난 2일 일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편지 형식의 공지를 통해 "지금까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늘 제약받아 온 경찰 복지 문제에 (자치경찰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며 "자치단체의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시각과 정반대인 것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규모 등이 명시된 개정 법률이 도출돼야 광역자치단체와 경찰간 대립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자지경찰제는 시행 전에 이미 '촌극'(寸劇)을 빚고 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사안을 놓고 몇몇 시·도에서는 다른 조례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도의회의장들은 14∼15일 제주에서 열리는 시·도의장단협의회에서 자치경찰 조례 단일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벌일 계획이다. 박문희 충북도의장은 7일 한 간담회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시·도마다 제각기 다른 조례를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며 "회의 때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연대도 불러 경찰 입장을 충분히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조례를 제정한 곳은 개정 절차 등을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정안을 제시한 곳은 충북·제주·광주 등 3곳이다. 수정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14곳의 시·도 역시 2월 정부와 국회를 향해 발표한 공동건의문이 '원뜻'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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