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희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교수님, 제 파스타 비쥬얼 짱이죠. 맛도 자신있어요." "교수님, 제 케이크가 제일 예쁘지 않나요?" 오늘도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에 뿌듯해하며 들뜬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지만 아이들의 호들갑 덕에 일상에 생기가 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를 이야기한다. 혹자는 뉴노멀을 변하지 않으면 몰락하는 시대라고 단언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몸살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새로워지려면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 해야한다.

2019년 우리 학과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회의 문을 학생들에게 열어 주기 위해 미슐랭 스타 육성이라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위해 교육 범위를 조리제빵 분야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이미 여러 대학들이 입지와 명성을 다지고 있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도전은 자칫 무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슐랭 스타로 가는 길에 조리제빵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한 시스템 변경인지를 먼저 생각했다. 물론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매우 냉정한 평가를 해보았다. 따라잡기 힘든 이 시대에 어떤 전문적인 기술과 숙련이 경쟁력일까. 또한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교육환경과 운영방식이 무얼까? 이제까지 운영해온 모든 교육과정을 완전히 밀어내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그리 크지 않은 실습실이지만 학생들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실습 환경이 필요했다. 또한 항상 열려있어 학생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할 수 있어 마음껏 자기개발과 능력향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없이 전문 기술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어야 했다. 이 같은 결정을 위해 근 20년의 익숙한 체제를 미련 없이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무엇을 버린 걸까. 아마도 그동안 인습적으로 이뤄지던 교수와 학생의 위계적관계일 것이다. 그동안 대학 강단에서 교수의 지식을 학생에 전달하는 교육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 시대는 변화의 경계에서 트랜드의 흐름을 읽고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게 돕는 코치로 변해야 한다고 교수들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조리학교의 교육시스템 검토에 들어갔다. 그들을 찾아가 공통적 기본과정들과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벤치마킹했다. 세계적 조리대학 출신의 교수진으로 교육의 테두리를 재구성했으며, 그들의 단단한 기초, 숙련된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청양 벽지의 작은 대학에서 미슐랭 스타를 배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불가능하지 않다. 교수로서 우리가 할 일은 익숙함을 떨치고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를 잃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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