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37년 전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던 중 기차가 대전역에 잠시 정차하자 기차 안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어디론가 달려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따라갔더니 사람들은 대전역 플랫폼에 있는 가락국수 집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올해 1월 말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첫 대전 생활을 시작했다.

추억 속의 가락국수 집은 대전역사 안에서 옛이야기를 이어간다고 들었지만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오늘날 금융소비자가 접한 금융환경은 대전역에 도착하면 서울행 기차에서 잠시 내려 가락국수를 먹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그 당시에는 고정금리의 은행 정기 예·적금이 대부분이라서 금융상품을 구입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는 주식투자를 실패하거나 기업어음(CP)을 샀다가 회사 부도가 난 정도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고 금융의 국제화·자율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출현했다.

손실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들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금융환경이 됐다.

또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노후자금을 충족하기 위한 고수익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음에도 초저금리에 높은 수익의 금융상품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직면한 금융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금융회사에서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저축은행 후순위채와 동양그룹CP, 사모펀드 등과 같은 위험한 금융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큰 피해를 남겼다.

지난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 시행됐다. 2011년 관련 법률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8년간의 산고 끝에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고 1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금소법이 시행된 것이다. 금소법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판매시 준수해야 할 ‘6대 판매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에게 맞는 적합하고 적정한 금융상품을 충분히 설명한 후 판매해야 하고(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와 부당권유행위, 허위·과장광고가 금지된다.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회사는 수익 위주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6대 판매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소비자 이익 중심으로 영업해야 한다.

또 소비자도 자신이 가입하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또 위험은 무엇인지 알 권리, 부당·위법한 금융상품은 청약철회권 또는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권리 등 금소법에서 정한 소비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함으로써 금융상품의 선택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불완전 판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어르신들이 손실 위험이 큰 금융상품을 높은 금리를 주는 안전한 상품으로 알고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 금융회사들이 실적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이번 금소법 시행으로 더 이상은 어르신들이 피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법 시행 초기다 보니 금융회사 영업창구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고, 여태 손해 본 사람 없다는 말 한마디만 듣고 이곳저곳 서명만 하는 관행을 고쳐가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최소화하고 권리는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금소법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와 많은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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