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TP 자산관리 사업기획본부장

 예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이른 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움추렸던 대지에 푸른 생명의 기운이 돋아나고, 마른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한껏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터졌다. 그러나 금년에도 마음 놓고 꽃구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각 지역에서 개최되던 행사나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역민들도 상춘객들의 방문을 반기기보다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벌써 2년째다.

 충북도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충북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41개의 지역축제 가운데 30개가 취소됐다고 한다. 올해도 그런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천시의 청풍호 벚꽃축제에 이어 충주호 벚꽃축제도 취소됐고, 단양의 소백산 철쭉제도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 청주시도 무심천 벚꽃거리는 개방하되 사회적 거리두기와 음식물 취식 금지 등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봄철에 개최했던 일부 축제는 시기를 연기하거나 비대면 온라인 축제로 전환됐다. 청주에서 열리던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와 옥천의 지용제는 10월로 연기됐고, 옥천 묘목축제는 온라인 판매행사로 대체키로 했다. 이처럼 봄에 개최되던 축제가 취소되면서 봄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이나 주민들도 시름이 깊어졌다.

 올 봄의 꽃구경을 기대했던 시민들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청주시에서 청주시선을 통해 조사했던 '코로나19 관련 시민들의 생활 및 의식변화 여론조사(참여인원 3872명)'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후 늘리고 싶은 오프라인 소비분야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응답한 문항이 '여행'이었고 '문화와 외식'이 그 다음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이 얼마나 답답함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역 상인들이나 일반시민들의 말없는 하소연과 고충은 이해하지만, 봄꽃 행사나 축제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지자체들의 판단이 옳아 보인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후 신규 확진자수가 연일 400~500명대를 유지하고 어느새 전국 확진자수도 10만명이 훌쩍 넘어섰다. 소모임이나 다중이용시설, 직장과 사업장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다행인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에서도 백신접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취약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 대한 1차 접종이 완료되고, 75세 이상 어르신 등 일반인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없다면 올해 말까지는 국민의 70% 이상이 면역력을 갖게 되는 집단면역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백신접종을 했다 해도 일정기간 동안 감염의 위험이 있고 면역력이 생긴 이후에도 재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봄철 사람들의 이동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확진자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렵고 힘들지만 당장의 꽃구경 보다는 개인방역을 철저히 지켜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