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실내에만 머물러 있기엔 조금 어려운 봄날이다. 필자는 미국 애틀랜타도, 중국 쓰촨도, 한국 동북부 지방도 방문하지 않고 오로지 대전에만 머물며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뭐? 밤 12시에 회의를 시작한다고? 정신이 나갔나보군.” 대신에 “할 수 없지 뭐. 일단, 낮잠 좀 자두고, 밤 12시에 보자구.” 라고 말하곤 한다.

지난 1월 중순경 미국 애틀랜타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받았다. 애틀랜타 소재의 한 전자출판사가 애틀랜타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글로벌 애틀랜타’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필자의 자서전을 첫 번째로 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이를 결정하는 회의 역시 시차를 고려해 자정에 이루어졌다. “봉사할 운명: 퀸 시티에서 대전, 한국의 대학총장까지”라는 제목의 필자의 자서전은 출간 후 처음 이렇게 온라인으로 홍보했다.

2월 중순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28회 한국TESOL(테솔)학회에서 연설을 했다. 열흘 동안 열린 세미나는 회장인 마이클 프리(Michael Free)를 비롯해 평소 교류하고 싶었던 많은 학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의 신입생들도 온라인으로 만났다. 우송대 신입생들과도 그렇게 만났고 강의도, 교수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온라인회의로 해외대학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하고, 기업의 CEO, CFO들로 구성된 기업자문회의(CAC)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고의 경영대학이 해야 할 일을 조언받을 예정이기도 하다.

캐나다소설가인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도착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했다. 온라인 회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훌륭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회의를 시작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고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백신 덕분에 우리는 코로나라는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겪으면서 인류는 분명 더 강해졌고 발전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세대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지식과 힘을 축적하고 있다. 그 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바이러스와 싸우고 연구하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도착했고 그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 널리 퍼뜨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까지 독자 여러분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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