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당신들이 내 꿈을 앗아갔어요.” 당시 16세이던 스웨덴 출신의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툰베리는 2018년부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인물이다. 이후 툰베리는 기후변화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고, 1인 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라는 국제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툰베리가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캐나다 출신의 세번 스즈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지구 정상회의에서 “당신들의 결정에 나와 다음 세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당시 스즈키의 나이는 12살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세계 여러 나라 대표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외신은 “세계를 6분간 침묵에 빠뜨린 소녀”라며 앞다퉈 이 소식을 전했다.

각국 정상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화는 파리협약 이행을 위한 약속이다. 스즈키의 호소에서 정상들의 약속까지 23년이 걸렸다. 만약 이 약속이 이행되면 툰베리가 뉴욕에서 정상들에게 일침을 날린 지 31년 만에야 가시적인 성과를 얻게 된다. 기후변화 속도는 빨라지는데, 국제사회의 대처는 이처럼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 위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꼽힌다.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잘 썩지 않아 주로 문화재 복원 등에 쓰이는 최고급 목재로 불린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 지역 금강송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나무의 호흡량이 왕성해지지만, 수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벚꽃 개화 시기도 점점 빨라져 올해 서울에서는 3월 24일 벚꽃이 폈다.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이른 개화라고 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2~3월 평균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여름 대전 서구는 일부 지역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밤사이 대전에는 시간당 80mm, 누적 30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최고 폭염, 최다 태풍, 최장 장마 등 한반도의 여름은 해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전 지구적 위기다. 호주의 대형 산불과 시베리아의 이상고온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습격한 메뚜기떼와 우리 동네의 빨라진 벚꽃 개화나 기습 폭우의 원인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기후변화 위기 대처와 탄소배출 제로화 목표는 국제적 협력과 연대라는 필요조건과 국가별·지역별 노력이라는 충분조건이 맞물려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대전 서구도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서구형 그린뉴딜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저탄소 선도도시를 비전으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등 3대 분야에 걸쳐 22개 세부 추진과제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대중교통 이용하기, 1회용품 줄이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 구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람은 평소보다 1.5℃만 올라도 고통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는 체온 37.5℃가 넘으면 의심자로 분류된다. 지구도 그렇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 상승하면 상상하기 힘든 기후변화 팬데믹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마침 지난 5일은 식목일이었고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와 사람이 하나라는 교훈을 생각해보는 4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구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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