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 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최근 임택수 청주부시장이 회의석상에서 오창 방음벽 논란과 관련해 공개비판을 했다. 시의회에서 지적이 나온 상황에 대해 관련부서들이 모두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떠넘겼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업무기피 혹은 부서간 칸막이라 부른다.

 민원인들이 민원해결을 위해 때론 전화로, 때론 두발로 이 부서 저 부서를 전전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오랜기간 청주시청을 출입한 기자들도 정확한 취재원을 찾아 발품을 팔기 일쑤다.

 관료제 조직에서 부서가 칸막이는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그런데 다른 조직에서 청주시청으로 전입온 공직자들은 유독 청주시 행정조직의 부서간 칸막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청주시 조직의 비대함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는 2명의 부시장을 둘 수 있다. 100만명 이하는 한 명이다. 청주시는 인구 100만명 이하 도시 중 경기도 성남시 다음으로 큰 도시다. 그런데 성남시는 도시행정, 청주시는 도농복합행정을 하고 있다. 청주시의 관할 구역과 업무 범위가 훨씬 넓다.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부시장이 1명이다 보니 청주시의 모든 행정을 다 챙겨야 한다. 부서간 업무기피가 발생하면 지휘권자가 정확하게 업무분장을 지시해야 하는데 부시장의 업무부담이 지나치게 커 업무파악도 힘이 부치게 된다.

 청주·청원 통합의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부처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통합 한 후에는 언제나 조직 내부의 내홍을 겪었다. 내홍은 통합 후 임용된 신규직원이 퇴직할 때까지 계속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인사 관행이 다른 두 조직이 합쳐진 후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당현한 수순이기도 하다.

 세대차이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청주·청원 통합 후 조직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또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신규 임용 공무원이 급증했다. 자기애가 강하다는 소위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사회적 성공보다는 워라벨을 지향하고, 기성세대의 권위에 서슴없이 반기를 든다. 부서장이나 중간간부가 업무를 맡으려해도 실무자인 MZ세대가 ‘업무분장’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해 무산된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온다.이유가 무엇이든 행정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금도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이지만 만일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때 행정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원인에 따라 처방은 달라져야 한다. 공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계에서는 기존의 관례와 고정관념을 타파해 ‘이음매 없는 조직’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비롯해 비필수 업무 일몰제, 업무조정위원회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해법은 명확한 ‘신상필벌’일 것이다. 다만 부서간 칸막이의 원인이 MZ세대와 기존 세대의 시각차라면 상과 벌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기성세대에는 당연한 승진이라는 상, 한직으로 밀려나는 벌이 MZ세대에게는 상과 벌이 아닐 수 있다.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업무회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상과 벌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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