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나무 사이로 걷는 산행길
꽃·새·솔잎향기… 봄 알리는 씨앗
모두의 마음 속에 희망 피어나길

▲ 왕대산 전경. 최욱환 명예기자

[충청투데이] 지난 주말 봄비가 내린 뒤 이틀 동안 심한 황사로 온 천지가 뿌연 한 날이 계속됐다. 오늘은 두계근린공원에 있는 하얀 목련꽃과 산수유 꽃, 개나리꽃, 막 피기 시작한 벚꽃들을 바라보면서 왕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행 길에 미끄럼 방지용 멍석을 깔아놓아 푹신한 느낌을 받으면서 오른다. 조금 오르면 양쪽으로 아름 들이 소나무, 밤나무, 참나무들이 반긴다. 소나무 숲을 지나 조금 내려가다 보면 잔디광장이 나온다. 이 잔디광장은 도로위에 산과 산을 이어주어 동물 이동로를 만든 건데 이곳에 잔디를 잘 가꾸어 놓아 모래흙과 잔디를 동시에 밟고 지나가는 촉감이 좋다.

이제부터 정식 산행이다. 검은 돌로 만든 70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으며 올라간다. 벌써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올라가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온다. 이 숲길은 솔잎이 많이 떨어져 융단이 깔려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촉감도 좋고 바람에 날려 오는 솔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다시 내려가 소나무 숲을 오르다 보면 황토모퉁이 길이 나온다. 흙이 내려오는 걸 방지하기위해 모래주머니로 가지런히 담을 쌓아 놓은 모습이 아름답다. 이 황톳길 중간지점에 진달래꽃이 가느다란 가지위에 피어 하늘거리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 모퉁이 왼쪽 협곡에는 아름 들이 참나무들로 울창하게 꽉 차있어 그 모습이 장관이다.

조금 더 오르니 둥글납작한 바위들 3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이 바위는 사계 김장생 선생께서 제자들과 둘러앉아 질문을 주고받았다 해 '대화의 바위'라고도 한다. 이 바위들을 지나 정상으로 마지막 오르는 길은 경사 60도가 될 정도로 가파르다. 이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드디어 왕대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다시 내려가다 보면 향나무 숲이 있다. 이곳의 한 작은 벚나무가 큰 향나무를 꼭 껴안은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이어 주목군락지가 나온다. 이 주목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고 한다. 이제 도로와 만나기 때문에 끝자락이다.

오늘 즐거운 산행을 하면서 나무가 내 품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실컷 맡아보았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피는 꽃들, 나뭇가지에 찾아와 노니는 새들 소리, 연한 잎이 싹터 오르는 나무들, 솔잎향기 이 모두가 봄을 알리는 행복의 씨앗들이다. 이들을 마음에 가득 가득 심는다. 최욱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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