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한건축사협회 대전시회장

[충청투데이] 며칠 전, 시야를 가린 잿빛 먼지로 인해 밝게 내리쬐는 햇볕과 나란히 도열하여 활짝 핀 벚꽃나무의 화려함조차 볼 수 없음에 답답함을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출근길을 재촉했었다. 훈훈하고 따뜻한 뉴스는 없고, 온통 불안한 사건 사고의 소식만 있는 것 같아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소통할 기회가 부척 줄어들어 그런 마음조차 편하게 나눌 수 없음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었다는 명언을 확실하게 경험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소통 창구만이 그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주어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거나 휴머니즘을 부각시키거나 공공성을 높이는 자료들이 꽤 많이 있어 간접적인 소통을 이루게 하며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다양화는 실생활로 노출되어 기존의 방식과 차별되는 행보로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백반집인데 직화한 불고기를 단일 메뉴로 삼고 김치찌개는 곁들여 주되 가격은 백반가격보다는 비싸지만 김치찌개로 인해 가성비가 높다고 느껴지게 해서 예약은 불가하고 줄서서 식사하는 식당의 새로운 콘텐츠가 그 일례이다. 또한 커피숍은 직접 구운 빵을 사이드 메뉴로 제안하기도 하고, 꽃집과 결합하기도 하여 대형 프랜차이즈 못지 않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많다. 또한 특별한 장소나 특이한 공간으로 그 콘텐츠를 활용하는 곳도 많이 있다.

건축계에서도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프랑스의 안네 라카톤과 장 필리프 바살이라는 두 건축사이다. 이들은 주로 공공주택이나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하여 건축물 자체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의 유산으로 남게 하는 사회적 건축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최근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도시재생과 재개발, 재건축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사회적 과제에 대해 건축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주요 평가요소가 되고 있는 흐름이다.

그동안 스타건축사에 주목하던 프리츠커상이 공동체의 특성에 맞춘 환경이나 빈곤, 재난 대응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온 건축사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은 진정한 건축의 가치가 '모두를 위한 건축'에 있음을 표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대전이 맞이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과연 시민 모두를 위한 가치를 존중하고 있는지, 대전이 가지고 있는 근대적 유산에 대한 보전의 노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미래의 대전은 오늘의 우리의 생각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에 무한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공감하는 사람들과 맘껏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글로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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