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회의원

4월 7일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이제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양당이 모두 사활을 걸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두 지역 모두 전직 시장들의 성범죄가 원인이 돼 치르게 되는 선거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중대범죄로 인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전 당원 투표로 이를 뒤집고 시장 후보를 냈다. 이 부끄러운 선거에 무려 838억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선거의 본질이나 선거가 치러지게 되는 원인을 분석해서 심판하는 주권자들에게 정상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선거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지만 '피해 호소인'이라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표현으로 이 사건을 격하시키려 하기도 했다. 그리고 '임의 뜻 기리겠다'며 서울 시내에 플래카드를 걸며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성범죄를 덮어보겠다는 집단적 2차 가해와 국민 무시 행위를 자행했다.

선거의 원인은 두 지역 모두 권력형 성범죄에 관한 것인데 선거 앞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나 인권과 같은 소중한 가치는 다 무시하고 권력유지만을 위한 모습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과거 '미투 운동' 열풍이 불 때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셨던 집권세력의 두 얼굴을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

선거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상식과 윤리규범을 회복해야 한다. 도덕적 기준이 무너지는 사회에서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덕과 상식은 법률보다 더 앞서는 무서운 암묵적 규칙이다. 선거에 앞서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유지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면 상식과 윤리가 정치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이번 선거도 심판해야 하고 또 국민의 마음들이 모아졌으면 한다. 국가의 위기나 붕괴는 상식과 도덕이 무너지고 법의 지배가 판을 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이 책에서 민주적 방법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권력이 도덕과 규율을 허물고 제도적 방법으로 사법부 업무를 장악해 양심의 둑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 위기가 온다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도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해 호사를 누리는 것도 국민의 복이지만 지켜내는 것은 목숨을 건 의무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다는 각오와 신념으로 주권자의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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