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희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 이시희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국민에게 낯선 ‘뿌리기술’은 우리 일상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기술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제조에까지 뿌리기술이 널리 적용된다.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제조공정에 뿌리기술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뿌리산업은 완제품 뒤에 가려져 있어 정부의 산업정책에서 소외됐다.

 이에 정부는 뿌리산업 발전을 위해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뿌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뿌리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제조업의 변화에 대응해 영세하고 열악한 환경, 저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오해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뿌리산업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해 정부가 ‘뿌리4.0 경쟁력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뿌리산업 범위가 10년 만에 전면 개편될 예정이다. 뿌리기술의 소재 범위를 금속·플라스틱·고무·세라믹·탄소·펄프의 6개로 늘린다. 공정기술은 주조·금형·소성·용접·열처리·표면처리·사출 프레스·3차원 인쇄·정밀가공·엔지니어링 설계·산업 지능형 소프트웨어·로봇·센서·산업용 필름 및 지류의 14개로 확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법 개정을 통해 뿌리산업이 신소재, 경량화, 친환경화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소재에 부합하는 공정기술을 확보, 소재-부품-제품으로 이어지는 산업구조의 튼튼한 주춧돌이 되도록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뿌리기업의 육성, 발전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뿌리기술 전문기업 △뿌리기업 명가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지정한다. 이곳에는 자금·인력·기술개발 분야 등에서 우대지원(가점 등)하며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 뿌리산업 특화단지,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 글로벌 주력산업 품질대응 뿌리기술개발을 통해 시제품 제작, 기술애로 지원, 공정혁신, 기술개발 장려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친다.

 충남에는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반도체, 화학 등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등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협력관계를 이루며 주력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핵심 제조지역이자 지역 내 총생산 전국 3위의 지자체이다.

 반면, 뿌리기업을 지원하는 인프라,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10곳)와 뿌리산업 특화단지(33곳)는 충남에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많이 열악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가 풍성하다’는 용비어천가 글귀처럼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소재, 부품,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이 굳건히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뿌리산업 정책 변화에 따라 뿌리기술 소재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이에 맞춰 충남 제조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 유치와 ‘뿌리산업 특화단지’ 조성에 충남도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산업계가 합심해 충남의 뿌리산업 육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