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충청투데이]  조선 순조 4년이던 1804년 음력 3월 3일, 강원도 영동지방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크게 번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삼척, 강릉, 양양, 간성, 고성에서 통천에 이르는 동해 바닷가 여섯 고을에서 민가 2600여호가 불에 소실되었고 61명이나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음력 3월 초이니 딱 이맘 때다. 요즘같이 소방차나 소방헬기가 있는 시대도 아니니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대형산불은 과거의 일만도 아니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인제, 고성, 속초, 강릉과 동해 지역 초대형 산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이었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바로 2019년 4월 4일의 일이었다. 식목일을 전후한 이 시기에는 백두대간 동쪽 지역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태풍급의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작은 불티로 시작된 산불이라도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성 강풍이라고 하여 ‘양강지풍’이라고 하거나 양양과 간성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고 하여 ‘양간지풍’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강풍이 불면 불덩이가 짧게는 몇 백 미터에서 멀게는 몇 킬로미터를 날아 다닌다.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산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충남 지역도 산불에 예외는 아니다. 최근 10년 간 207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251㏊의 산림이 소실되었고 9명이 사망했다. 2011년 3월 19일에는 서산시 해미면에서 발생한 산불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항공정비사 1명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특히 산불의 90%가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소방과 산림당국은 매년 산불조심강조기간을 운영하고 중요한 시기에는 경계경보를 발령해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대기가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이라도 불면 소방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산불진화는 헬기에 의한 공중진화와 육상에서의 인력에 의한 합동 진화가 가장 효과적인데 야간이나 기상상황이 나쁜 경우에는 헬기를 운항을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충남 소방은 헬기 운항이 불가한 상황에서 소방호스를 산림 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개발 중이다. 소방차의 크기별로 진입이 가능한 지역을 설정해 대형차가 소형차에 중계방수를 하면 소형차는 배낭형 소방호스를 멘 소방대원들에게 물을 공급해준다. 그리하면 도보로 진입이 가능한 곳까지 들어가 산불을 진화하거나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전술의 효과성이 적절한 것으로 검증되면 소방호스에 의한 방수가능 지점이 기존 방식보다 수 백 미터까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불은 소중한 산림자원을 훼손하는 것이며 이것을 복구하는데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도 걸린다는 점에서 예방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산불 원인의 대부분이 부주의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조금만 더 신경쓰고 조심하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은 습관적으로 논두렁이나 밭두렁 태우는 일을 절대 금지해야 하며 산림 근처에서 농산 폐기물 소각 등 불티가 발생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산불 예방과 진화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없고 너와 나도 없다.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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