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일부 자치구, 행정조치 가속화
고물상 51개소 폐쇄·외곽이전 예정
폐지·고철 수집 종사자 대부분 노인
장거리 이동 불가능… 생계위협 우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앞날이 캄캄하지, 나이가 있는데 손수레를 끌고 멀리까지 갈 수 있겠나. 고물상 문 닫으면 그냥 그걸로 끝인 게지.”

15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도로에서 만난 70대 남성 A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로 한복판에서 고철과 폐지로 가득한 손수레 손잡이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일거리로 하는 노인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일이 생계나 다름 없다”며 “이 나이에 지금와서 내가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주거·상업지역 등 도심에 위치한 자원순환 관련 시설(고물상)의 이전 또는 폐쇄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내에서 폐지와 고철을 수집하던 노인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2013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주거·상업지역 등에 위치한 고물상(1000㎡ 이상)은 잡종지로 이전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폐지·고철을 재활용품이 아닌 폐기물로 분류한 법안 개정으로 도심지의 고물상은 한 순간에 실정법을 위반한 상태에 놓였다.

이후 2018년부터 대전 서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 관내 고물상을 대상으로 한 행정조치가 가속화됐고 서구는 2018년 말 관내 고물상 33개소에 대해 원상회복 등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18개소가 행정명령 대상에 추가됐으며 각 고물상마다 2~3년 가량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총 51개소의 고물상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거나 비교적 외곽의 잡종지 등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 보슬비가 내린 27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주택가에서 만난 이씨는 새벽부터 모은 폐자원을 고물상에 내다 팔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있다. 이 리어카 한가득 모아 고물상에 내다 팔면 이씨는 2만~3만원을 받는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 고물상. 충청투데이 DB

상황이 이렇자 지역 내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노인 등은 여러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층에 속하다 보니 손수레를 끌고 외곽지역까지 이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가 먼 거리를 도로로 이동하면서 장시간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행정조치가 관련 법령에 따라 서구 뿐만 아니라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은 110명(지난해 7월 기준)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6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갈마동 인근에서 폐지 등을 수거하는 한 노인은 “폐지나 고철도 도심에서 많이 나오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걸 주워다가 외곽까지 갈 수 있겠나.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파지 등을 수거하는 노인 등 문제도 고려해 고물상에 유예기간을 넉넉히 드렸다”며 “다만 고물상 중에서도 용도에 맞는 곳은 행정명령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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