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매장 가보니
높은 곳 위치… 휠체어 장애인 불편
호출 버튼·안내음·번역 서비스 無
청각 장애인·외국인 이용 불가능

▲ 서구에 위치한 한 무인 주차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사진=송혜림 기자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손이 안 닿아서 커피 한 잔 못 사 먹어요.”

15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한 카페. 매장 내 설치된 소형 키오스크(KIOSK)는 성인 눈높이와 맞추기 위해 높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다리를 조금 굽히자 키오스크 스크린 창은 바로 시야에서 멀어졌다. 눈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동이나 휠체어 장애인은 손끝조차 스칠 수 없는 높이다.

이에 대해 대전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한영수(20) 씨는 “스크린에 외부 빛이 비치면 이 마저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움직여 주문한다”며 “지난해부터 키오스크 개선 목소리가 있었으나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대폭 늘어난 비대면 결제 단말기 ‘키오스크’가 여전히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외면한 채 곳곳에서 자리잡고 있다.

아동이나 장애인, 외국인 등 키오스크 이용에 난항을 겪는 일부 계층은 손조차 닿지 않는 안타까운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이날 찾은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의 한 블록 내에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카페·식당·독서실 등 사업장 10여곳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면요리를 판매하는 A음식점의 경우 키오스크를 주방 직원들과 멀찍이 떨어진 입구에 비치했다.

도움을 청할 직원 호출 버튼이 없는 것은 물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음도 없었다. 언어 번역 서비스 역시 포함되지 않아 한 외국인 무리가 키오스크와 씨름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당 가게 업주는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를 몇몇 사람들을 위해 바꿀 순 없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최근 들어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 영업장까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오스크를 조작하지 못한다면 시설 입장이나 이용 조차 어려운 무인 영업장은 주로 스터디카페와 주차장, 편의점 등으로 자리잡고 있다.

둔산동 중심가에 위치한 B스터디카페 내 키오스크의 경우 150㎝ 정도의 높이에 스크린창이 위치했고 음성 안내 등도 이뤄지지 않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아동, 시각장애인 등응 이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정부는 이러한 실태와 관련해 무인정보단말기 정보접근성 개선 지원사업에 나섰지만 책정된 예산이 현실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서 일선 현장에선 키오스크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관련 연구 용역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2억여원 수준의 예산을 세운 바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관계자는 “키오스크 현황 조사 등 사업을 시행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적다”며 “결국 주어진 예산 안에서 정보 취약 계층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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