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예술단체, 공개채용 전무… 예술전공학생·가족·지인으로 채워
비전공자 실전 경험 쌓기 어려워 “단기인력 상시모집 고착” 목소리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 대전지역 대학생 A(23) 씨는 예술 전공자가 아니지만 요새 들어 무대 설치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공연마다 무대 장치와 음향, 조명 등이 다채롭게 변모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 A씨는 현장 경험을 쌓고자 무대 인력 모집 공고를 찾아봤지만 전문적 기술을 요하는 자리를 제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단순 설치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시립 문화시설·단체 홈페이지에도 공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여러 단체에서 지인들을 인력으로 채용한다는 소문은 암암리에 들었지만 정확히 알 방법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대전지역 시립 문화시설들의 단기 무대인력 채용을 두고 ‘깜깜이 고용’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정 공연이 있을 때마다 짧게는 2~3일 투입되는 단기 일용 인력인 탓에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공개적인 채용 절차를 건너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주관 단체 관계자들의 가족·지인들로 인력풀이 꾸려지는 경우도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실제 시립연정국악원은 개관 이후 정식으로 무대 전문 인력 공고를 단 한 차례도 올린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립예술단에서도 정식 공고 없이 예술전공 학생이나 이전 근무 경험이 있는 자로 구성된 인력풀을 활용하며 운용 가능한 인력이 없을 경우 급하게 지인들을 섭외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유한 인력풀 외에서 수소문을 하더라도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예술 전공자 정도에 그쳐 무대 전문가(음향, 조명 등)를 꿈꾸는 비전공자들은 실전 경험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실정.

최근 지인의 소개로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린 연정국악단 정기공연 무대 설치에 참여한 B(25) 씨는 “전공을 하지도 않았고 공연 관련 업무에 관심이 없었지만 돈벌이를 위해 얼마 전 공연장 무대 설치 단기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당일 현장에 가보니 10여 명의 인원이 있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본인을 직원의 자녀 혹은 지인이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현재 무대 전문 인력에 대한 상시 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는 대전예술의전당의 경우 2여 년 전 감사에서 비공식적인 인력 모집·운용 방식을 지적 받은 바 있다.

때문에 단기 인력에 대한 상시 모집 방식을 고착화시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협소한 인력풀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관행처럼 여겨지던 비공식 채용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내 무대 전문 인력 양성이 거의 없어 지원의 문을 열더라도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성토를 내뱉는 상황이다.

연정국악원 관계자는 “무대를 다룬다는 방면으로 보면 특수한 일이라서 지역 예술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주로 인력을 구해왔다”며 “공식 모집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를 게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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