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발간하는 이코노미스트 그룹의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에서는 최근 매우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민주주의 지수 2020: 질병과 건강’이다. 대학의 총장으로서 필자는 꼭 필요한 자료만 골라내서 읽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코노미스트를 빼놓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의 비정치적인 논평은 결코 필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앞서 말한 보고서를 소개하는 이유는 모두가 관심을 덜 기울이는 중요한 문제를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갔고 민주주의 역시 많은 타격을 받았다. 집회와 시위는 코로나감염 위험 때문에 봉쇄당했고 일부 정치가들은 국민들의 건강 불안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 보고서는 이런 세태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2006년에 처음 민주주의 보고서를 낸 이래로 2020년은 점수가 가장 낮은 한 해였다고 한다. 보고서는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그리고 시민의 자유, 이렇게 다섯 가지 영역에 걸쳐 민주주의 지수를 측정한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는 자유를 침해당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모임은 취소되었고 국경은 봉쇄됐다. 학교의 문이 닫히고 어떤 나라에서는 선거가 취소되거나 연기됐으며 SNS에 올라오는 반체제 의견은 검열당했다. 2020년을 예외라고 치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의 맹위 앞에서 개인의 자유는 잠깐 넣어두기로 하자. 하지만, 우리가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치렀던 많은 희생과 노력을 생각해 보자. 민주주의가 왜 중요한가? “민주주의가 좋은 제도는 아니지만 그에 대신할 더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보고서를 통해 좋은 소식 하나를 찾아냈다. 보고서는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점수를 매기고 순위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불완전한 민주주의’, ‘하이브리드 정권’, ‘권위주의 정권’의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여기서 좋은 소식은 한국의 민주주의지수가 세계 23위로 올라섰고 ‘완전한 민주국가’에 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일본, 대만도 똑같이 ‘완전한 민주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독자들은 미국의 민주주의점수가 궁금할 것이다. 2020년은 미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해였다.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는 미국에 대해 “제도와 정당에 대한 신뢰 수준이 극도로 낮고, 정부의 기능 장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 증가,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양극화”를 언급했다. 미국이 세계 25위로 ‘불완전한 민주국가’로 추락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보고서는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국회의사당 난입사건 이전에 편집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등수가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또 다른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도가 가장 낮은 ‘권위주의 정권’에 속하며 이란보다 한 등수 높은 151위로 평가받았다.

완벽한 국가는 없다. 심지어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도 만점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하나의 과정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에 의해 치료될 수 있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흘러갔던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국가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개인의 자유가 실현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년의 이코노미스트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지수가 올라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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