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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투기조사 나선 충북도
충북도, 바이오·개발공사 등 3000명 대상
토지거래 내역 조회 동의서 등 징구 착수
셀프조사 개발공사, 충북도가 조사키로
관련 기관·단체 얼음모드 … 향배 예의주시

▲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지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겨 있다. 충북개발공사는 2028년까지 이 일대를 189만 1574㎡(약 57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도 발(發) 개발사업지 투기 의혹 자체 조사의 '칼 끝'이 과연 어디로, 누구에게, 어느 선까지 미칠지 전혀 알 수 없는 폭풍전야의 기류다. 조사 대상이 무려 '300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체 조사가 '부패와의 전쟁'에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갈수록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충북도는 토지거래 내역 조사를 결정하고 일단 조사 대상자의 '동의서 징구'에 착수했다. 자연스레 관가는 서서히 얼음모드로 변하고 있다. 특히 충북개발공사가 자체 조사를 하더라도 충북도 차원의 별도 조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11일 충북도 감사관실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충북개발공사, 충북도 경제통상국, 바이오산업국 소속 직원들의 토지거래 내역 조사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에 조사 계획을 보고했다. 대상은 직원(경제통상국 100명, 바이오산업국 47명, 충북개발공사 76명)과 직계존비속으로 3000명 안팎을 헤아린다. 지구지정 고시일 기준 5년간을 조사 범위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관련기관,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과 직계존비속 모두 조사 대상이란 얘기다. 즉 투기 의혹 지역으로 불거진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의 지구지정 고시일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2012년까지 조사 시점이라는 것이다.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고 있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본인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즉각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했다.

투기 의혹 지역은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171만 600㎡, 총사업비 2708억원) 관련기관 및 부서 충북개발공사, 충북도 경제통상국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189만 1000㎡, 총사업비 8540억원) 관련기관 충북개발공사 △오송 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675만㎡, 총사업비 3조 3910억원) 부서 충북도 바이오산업국 등 3곳이다. 일단 3곳을 조사 대상지로 정했지만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충북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자발적으로 투기 의혹 조사에 나선 광역단체는 4곳에 불과하다"면서 "차제에 불거진 투기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 도청과 산하기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충북도, 부산시, 충남도, 광주시 4곳의 광역자치단체는 개발사업지를 중심으로 한 자체 조사를 선제적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넥스트폴리스 산단(청원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대) 등의 사례를 꼽으며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이거나 큰 후폭풍을 낳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단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개발행위 허가 제한 시점인 8월 22일까지 건축허가가 약 200건으로 치솟았는데 산단 추진 전 건축허가 신청은 10여건에 그쳤다. 이상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3곳의 투기 의혹 사업지에는 공통적으로 조립식 주택이 지어졌고 적잖은 묘목도 심어졌다. 충북도의 조사 의지는 강하다. 충북개발공사가 자체 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충북도 감사관실의 조사는 별개로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개발공사가 셀프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도청 차원의 조사는 계획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방법은 동의서 징구→ 국토교통부 거래내역 조회→ 위법행위 의심자 선별→ 검토 후 고발 등의 단계이다. 국토부의 토지거래전산망을 통해 내역을 들여다 보거나 충북도 토지정보과 시스템을 통해 자체 조회할 방침이다.

특히 조사 대상이 3000명을 헤아리는 만큼 그야말로 '판도라 상자'의 서막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투기를 했거나 간접 참여자가 '줄줄이 사탕식'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로, 누구에게, 어느 선까지'라는 얘기 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혐의자가 속출할 경우 충북도 뿐만 아니라 도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충북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며 "300명이 아니라 3000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는데 한마디로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 땅을 구입해서 넥스트폴리스(청원구 오동로) 일원에 투기용 묘목을 심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성명에서 "투기종합세트가 충북에서도 자행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직격했다. 3곳 산단 사업지를 둘러싼 투기 토착비리 의혹이 가설이 아닌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란 해석도 적잖다.

충북도와 산하기관 충북개발공사를 대상으로 한 3000명 조사 소식으로 인해 관가는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충북도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조사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다수의 혐의자가 나온 것도 아니고 조사가 아니라 점검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대상 뿐만 아니라 대상이 아닌 공무원들의 사기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가진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히 집행하겠다"며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수사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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