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석 둔산여고 교감

2020년 1월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아내가 갑자기 주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순간 헛웃음의 나왔다. 신혼 초인 1999년 당시 아내는 “주식을 하는 순간 이혼이야!”라고 외쳤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의 제안을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매우 진지했고 치밀했다. 지금은 2021년 1월, 딱 1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고 했던 속담이 스쳐 지나간다. 아내의 예견은 적중했고 주식에 투자한 수익률은 은행 이자보다 몇십 배가 넘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식이 아니다. 내가 3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 학교 이야기고 대학 입시 이야기다.

아내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주식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고 유튜브라는 신세계를 맞이했다. 왜 학생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는지 알게 됐다. 백 여편의 유튜브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의 주식 투자관이 생겼다고 자부한 나는 네 개의 종목을 골라 주식을 샀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마치 애널리스트가 된 것처럼 떠들어 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식 관련 유튜브에 중독됐고, 주가의 흐름에 안절부절못했고, 일부 종목을 손절 또는 익절했고, 남은 한 종목(00전자)을 언제 팔지에만 집중했다. ‘+30%’ 드디어 팔 때가 됐다고 생각해 아내에게 제안했더니 아내에게 돌아온 답은 “주식 팔기만 해봐. 그럼 이혼이야.” 순간 혼란스러웠다. “아니 30% 이익이 났는데 팔지 말라니.” 아내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주식을 바라보자는 요지로 나를 설득했고, 그 설득은 나를 주식이라는 늪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은 50%, 80%, 100%까지 오르더니 요즘은 70% 정도에 머물러 있다.

대학 입시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입시를 위한 노력은 투기인가, 투자인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입시 설계를 해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학교 밖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그런데 내신이라는 숫자의 늪에 빠져서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해 소중한 3년을 허송세월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내가 시청한 유튜브의 주식 정보가 꽤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나는 믿었었다. 하지만 1년 동안 시청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90%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것이였고, 90%는 나를 유혹하고 헛된 꿈을 키워 주었던 정보들이었다. 입시 정보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강의 또는 유명 입시 강사의 정보들은 꽤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어느 특정 학생에게 적용하기에는 매우 다양한 변수가 따른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는 다양한 변수를 무시한 채 오로지 원하는 대학의 합격이라는 희망에 매몰돼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반문해 본다. “대학 입시를 위한 노력은 투기인가, 투자인가?” 당연히 투자이다. 이 투자는 한 학생이 대학, 직장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에서 수업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자율 활동을 통해 전공적합성, 리더십, 봉사심, 공동체의식, 자기주도성, 소통능력 등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학생은 우수한 인재가 돼 대학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학생은 3년 동안 오로지 내신이 몇 등급, 수능 몇 점인가의 늪에 매몰돼 3년의 시간을 수능 대박 또는 입시 대박이라는 투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마치 아내는 회사의 미래가치, 발전가능성의 투자로 주식을 바라보았는데, 나는 이 회사 주식이 얼마인지라고만 생각한 것과 같다고 본다.

행복하고 멋진 고등학교 3년을 보내기 위해서 학생은 숫자를 묻어 두고 자신의 미래가치와 발전가능성을 찾고 계발하는 노력의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의 투자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활동을 제공해 주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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