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우리 나라 가정에서는 우황청심환을 응급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응급 상황이 발생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우황청심환을 먹이고 구급차를 부르는 것을 순서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의학 상식을 특히 응급 상황인 환자에게 적용하였을 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면,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 5세 된 아이가 식탁 의자에 앉는 도중 떨어져 탁자에 부딪히며 넘어져 의식을 잃게 되자 부모는 급한 나머지 의식 없는 아이의 턱을 벌리고 물과 함께 우황청심환을 먹였고 응급실로 아이를 데려왔다.

환자는 이미 동공이 풀려 있고 빛에 대한 반사가 전혀 없는 뇌사 상태를 보였다. 아이는 미끄러져 넘어져 의식 소실이 잠깐 있었던 사이, 우황청심원에 기도가 막혀 저산소증으로 뇌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뇌사에 빠진 것으로 추측되었다.

잠시 동안 의식 소실된 아이에게 기도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을 먹인다든가 우황청심환을 먹인다든가 하는 행위는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 한번은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 개업식에 초대되어 토요일 오후 개업 집에 당도하여 축하 인사를 나누던 중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주인공인 친구는 이미 취해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주인공인 친구가 전등을 고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중 떨어져 의식 불명의 상태가 되었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턱을 들어 올리고 응급차를 부르도록 지시한 후 인공호흡을 하려하니 서서히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에 기도 확보가 중요하고 턱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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