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대신초 졸업식 현장
학부모 차량행렬·꽃상인 無
마스크 쓴 학생들 띄어앉고
소수만 포토존서 사진 찍어

▲ 18일 중구 대전대신초의 비대면 졸업식 현장모습.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윤지수 기자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큰 애 졸업과는 달리 둘째 졸업식을 주차장에서 휴대폰으로 보니 낯서네요.”

18일 오전 10시30분 중구 대전대신초 졸업식 현장엔 고요함이 감돌았다.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과 형형색색의 풍선으로 꾸며진 포토존만이 졸업식임을 알리고 있었다.

졸업 때만 되면 교문 앞을 분주하게 만든 학부모들의 차량 행렬도, 꽃 상인의 발길도 뚝 끊겼다.

대전대신초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졸업생들만 참여하는 미니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저마다 한 칸씩 띄어 앉았으며, 마스크를 쓴 탓에 기쁨과 슬픔의 표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내외빈 방문은 물론 학생·학부모를 위한 문화공연, 후배들의 축하 역시 사라졌다.

대신 졸업장 수여식에는 학생들의 사진과 장래희망·특기·하고 싶은 말 등이 담은 영상이 틀어졌다.

이따금 박수 소리와 동영상 속 재치 있는 말에 웃음소리만이 간간히 들렸다. 평소와 같으면 뒷자리를 빼곡히 채웠던 학부모들은 교내 출입 통제로 인해 들어가지 못했다.

대전대신초는 졸업식에 참석 못 하는 학부모를 위해 유튜브 중계를 마련했다. 학부모들은 저마다 한 손에는 꽃다발과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 생중계로 자녀들의 졸업식을 지켜봤다.

18일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열린 2020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학사복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18일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열린 2020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학사복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학부모 이 모(50) 씨는 “비록 동영상으로 지켜보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학교생활을 잘 지낸 아이에게 고맙다”며 “식당 인원제한으로 중화요리집에서 짜장면도 못사주지만 집에서 배달음식으로나마 졸업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평생 한 번 뿐인 졸업식은 졸업장 수여, 교장 선생님 말씀, 졸업생·재학생 축하 영상으로 간소하게 치러지며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6년간의 학교생활을 축하하고자 만든 포토존에는 소정의 학생·부모들이 아쉬움을 달랬다.

꽃다발을 전해주고 사진을 찍었지만 이내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차에 올라탔다.

이날의 주인공인 6학년 학생들의 목소리엔 학교 선생님·친구들과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땀 흘리고 웃는 체육대회·소풍을 비롯해 손꼽아 기다린 수학여행까지 학창 시절의 추억을 쌓지 못해서다.

최은하(13·여) 학생은 “지난 1년간 코로나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며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친구들과 하교 후에도 놀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대학가도 졸업식이 삭막하긴 마찬가지.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학위수여식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학교들은 졸업생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교정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포토존을 조성하거나 학사모와 학위복을 빌려주고 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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