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형중이온가속기 현장을 가다
(고에너지가속구간)
라온건설현장, 거대한 스케일 뽐내
핵심 'ISOL·IF' 장치 필요하지만
ISOL만 핵심장치 성능검증 마쳐
고에너지가속구간 모듈 손도 못대

사진 = 기초과학연구원 라온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정문 앞. 최윤서 기자
사진 = 기초과학연구원 라온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정문 앞. 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인 대전 유성구 신동은 도심에서 16㎞ 정도 벗어난 외곽지역이다. 대전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광활한 부지에는 미개발된 땅과 띄엄띄엄 준공을 앞둔 공장들이 눈에 보였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곳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건설 현장.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 명성에 걸맞게 28만 7000평의 거대한 스케일을 뽐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중앙제어센터. 자동차로 비유하면 일종의 계기판과 같은 역할. 모든 가속기 시스템을 이곳에서 단일화하고, 주요 구성 장치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이상 상태를 감지·제어하는 곳이다.

통제실답게 10여대의 모니터와 스크린이 가속기 완공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중이온가속기 사업에서 그나마 속도를 내는 저에너지가속구간 실험동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빔 이동 가속장치, 빔 전력 연결 케이블 등 자동차로 따지면 수송 즉, ‘바퀴’ 역할을 하는 장치들을 볼 수 있다. 

저에너지가속관은 중이온가속기에서 가장 먼저 사용하는 실험 장치인데 전체 7개 장치 중 3개가 구축돼 있다. 이곳에 수 조개의 빔이 모여서 퍼지면 전자석으로 원하는 모양과 크기 등을 골라 실험 장치로 수송하게 된다.

제작, 성능시험이 완료된 저에너지구간의 QWR모듈. 최윤서 기자
천체핵물리실험장치 KOBRA. 최윤서 기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핵심은 ‘ISOL’과 ‘IF’라는 장치에서 비롯된다. 이들을 각각 또는 결합해 희귀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것이 주 목적. 이 두 장치가 한 건물에 구축된다면 전 세계 최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저에너지구간에 사용되는 ‘ISOL’만 핵심장치를 제작해 성능 검증을 마친 상태. 자동차 조수석은 있는데 악셀을 밟아 출력을 높일 운전석이 없다는 뜻.

더 큰 문제는 가속관에 들어가는 모듈이다. 모든 가속기에는 액체헬륨을 공급해 가속관을 얼려 원하는 가속전압 상태를 만들어주는 모듈이 필요하다. 일명 냉장고 기능. 저에너지가속관에 총 34개의 모듈이 필요하지만, 현재 성능시험을 완료한 것은 10개 뿐이다.

고에너지가속구간 46개 모듈은 손도 못댄 상황이다. 전체 300m 길이의 모듈 구간은 텅 비어 있고 안전 표시 삼각콘과 케이블선만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중이온가속기 구축 현장을 다녀온 결과, 차체·계기판·바퀴·주유구는 있는데 정작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장치인 ‘엔진’ 즉 가속장치가 빠져있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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