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산정 기준 높아지며
비용부담 상승… 청약기회 줄어
구축 아파트값 상승 우려도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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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을 주변 시세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가 현실화가 정부의 취지지만 이로 인해 분양가가 높아질 경우 청약 문턱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 사정이 녹록치 않은 무주택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분양가 심사 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해 오는 22일부터 적용한다. 이번 개정을 통해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선을 주변 시세의 85~90%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민간 주택공급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서 분양가 산정 기준을 높였다는 게 HUG의 설명이다. 또한 '분양가 현실화'를 통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로또 아파트'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세종, 천안, 논산, 청주, 공주 등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이 같은 개정안이 적용된다. 주택청약을 기다려온 충청권 무주택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유일한 내 집 마련 기회인 청약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분양가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갈 것이고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은 청약으로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청약 대기 수요자인 박 모(38)씨는 "매년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 믿었는데 이렇게 큰 뒤통수를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대출도 막혀 구축 아파트 매매도 어려운 마당에 유일한 내집 마련의 사다리인 청약마저 걷어차버린 꼴이다. 평생 공공임대주택에 살라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정부의 분양가 심사 기준 개선은 기존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신규 주택 분양가가 기존 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면 2~3년 뒤 입주할 아파트 대신 기존 주택으로도 매수세가 돌아서게 되면서 구축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남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시지부 중구지회장은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더 높아진 비용 부담으로 인해 무주택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꼴이다"며 "진짜 현실화는 분양가 심사 시 적정 금액을 통해 건설업계와 무주택자들이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선에서 합리적인 금액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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