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새로운 주민자치 시행의 전기가 마련됐으나 충청권 지자체의 숙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 통과로 지자체 역량 강화와 활발한 주민 참여 등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각 지자체가 앞장서 성숙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대전·세종시, 충남도에 따르면 대전은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 제정 이후 이를 활용한 갈등 해소 사례가 전무해 해당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였고 세종과 충남은 관련 조례조차 없다. 대전시는 2019년 12월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를 제정·공포한 이후 현 시점까지 갈등 사안을 숙의의제로 채택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는 선거권이 있는 300명 이상의 시민 연서가 확보되면 해당 안건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한것을 골자로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소극적·포괄적인 주민참여 수준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시정 현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내건 민선7기 주요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공론화 과정은 2018년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진행 여부를 놓고 한 차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 마련 전 시범사업 격으로 추진돼 대전시가 정립한 숙의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수년간 철거와 존치 사이 갈등을 빚어온 옛 성산교회 활용 문제가 첫 숙의 의제로 채택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였으나 결국 공론화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2013년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충남도는 2015년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 후 지역 내 발생한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례에선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공론화 위원회 설치 근거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단순히 갈등을 관리하는 것에만 그치고 있어 시민참여와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 제도화가 요구된다.

특히 충남도의 경우 지역 내 발생된 갈등의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의원들이 주축이돼 충남형 기본소득 도입, 금강 하굿둑 해수유통,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등에 대한 사안의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도 차원의 공론화 위원회 제도화 도입 논의는 현재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갈등 관리 조례가 이미 운영 중이고 사업 절차상 필요시 주민 공청회 등이 열려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따로 제정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 규칙 중 토론 의제 선정 기준 등 세부내용이 빠진 부분들이 있어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검토에 돌입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조례 개정이 완료되면 숙의제도가 좀 더 활발히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영 기자 yy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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