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제공

한때 동업했던 여성의 집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장애와 양형부당을 주장했으나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B씨와 함께 분식집을 운영하다 3개월만에 폐업했다.

이후 동업자였던 B씨가 자신의 연락을 잘 받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A씨는 같은 해 8월 불을 붙인 여행용 화장지 뭉치를 B씨 집 창문 틈을 통해 던져 넣고 도망쳤다.

이 범행으로 B씨 집 일부와 가재도구가 불에 탔고 인근 주민 수십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A씨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그는 10년 전에도 ‘교제하던 여성이 연락을 피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근무지에 불을 질러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1995년께에는 말다툼 끝에 동거녀를 살해한 사실도 확인됐다.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사랑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항변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판사)는 “자신의 행동이 갖는 의미와 결과의 심각성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다”며 “제때 진화하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다. 피해자에게(혼자) 연정을 품다 범행했는데 동거녀 살해 전력 등을 볼 때 이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분노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심신장애와 양형부당을 주장한 A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지난 5일 피고인 항소를 기각한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살인죄 이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지만 정신질환에 따른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이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아래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는 주거지에 불을 낸 범행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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