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지만 ‘가족애, 귀성길 정체, 설 특수’ 등 수식어가 실종됐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장기화에 가족도 예외 없이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올해 설은 코로나가 바꿔놓은 이른바 ‘신 풍속도’와 함께 예년과 달라진 풍경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두 차례의 명절을 겪으면서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성묘·제사 등의 문화가 대표적이다. 대전추모공원은 설 명절 연휴인 11~14일 실내 봉안당을 개방하지 않는다.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설 명절기간을 제외한 날 방문이 가능하며 일 240가족 960명 한도로 16부제 운영, 1부당 15가족 입장(1가족은 4인 이내로 제한) 등 방역수칙이 적용되고 있다.

충남도내 17개 추모공원도 설 연휴 기간 폐쇄 조치 또는 입장객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된다. 대전현충원을 비롯해 충청권 일부 추모공원의 경우 온라인 추모·차례 서비스를 병행하기도 하는 등 비대면 설을 유도하고 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명절 사상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가족들의 고심도 깊어진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박모(68) 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분가한 자녀들에게 연휴를 활용한 가족별 일정을 보낼 것을 일찌감치 통보한 상태다. 박 씨는 “결혼한 자녀와 손주들까지 모이면 5명이 넘어가는 탓에 아쉬움이 크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며 “대가족이 모이는 것 만큼 감염 위험이 높은 것도 없는 만큼 가급적 조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진 = 언택트 차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 = 언택트 차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족들 마저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지면서 명절이면 으례적으로 펼쳐지는 이른바 ‘밥상 정치’ 풍속도도 사라질 전망이다. 귀성길 인사를 건네던 정치인들의 모습도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당도, 출마 준비 인사도 온라인과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인사에만 나서기로 했다. 설 선물 구입 풍경도 예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비대면을 이유로 선물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나누려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면서 충청권 내 대형판매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풍속도로 반짝 대목을 맞이한 유통업계 등과 달리 지역 경제계 대부분은 올해 설 특수 실종이라는 전례 없는 최악의 시기를 견디고 있다. 최근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표한 ‘설 연휴 상여금 지급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32개 기업 가운데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6개에 불과했다.

한편 충청권 지자체는 이 같은 달라진 설 명절을 앞두고 추가적인 코로나 확산세를 대비하기 위해 오는 14일 자정까지 현행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최근 들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 사례가 다시 20%를 넘어서면서 설 연휴 직후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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