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과 교수

“의식 통증에 반응 없고 수축기 혈압 70입니다. 5분 내로 도착합니다.”

늦은 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앰뷸런스가 들어왔다. 환자의 두툼한 바지와 점퍼를 입은 모습이 며칠 전 내가 시킨 치킨을 배달한 청년과 비슷한 듯 보였다. 얼굴과 몸은 여기저기 피범벅이었다. 환자는 혼자서 숨도 쉴 수 없고 혈압도 너무 낮은 상태였다. 몸에 꽂을 수 있는 관들은 모두 꽂아 넣었다. 입을 통해 기도를 향해, 가슴, 그리고 큰 혈관들을 통해 산소며 새빨간 혈액을, 그리고 수없이 많은 수액들도 쏟아 넣었다. 하지만 한 시간여의 사투에도 결국 환자의 심장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연락을 받은 환자 가족들이 곧바로 병원으로 왔다. 의료진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환자 상태를 알렸다. 보호자는 오열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다음날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 음주운전자가 불법유턴해 오토바이 운전자를 친 것이다. 가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피가 낭자하고 가족이 울부짖는 의료현장에 가해 운전자를 당장 데려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처벌보다 합당한 처벌이라고 생각됐다.

예방가능사망률은 외상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 적정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 사망자의 비율이다. 보고에 의하면 한 해 5500여명이 외상으로 사망한다. 다만 권역외상센터가 점차 정착되고 외상환자 이송, 치료 시스템이 개선돼 예방가능사망률도 줄고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발표에서 예방가능사망률은 과거 30.5%에서 19.9%로 감소했다. 그러나 개선된 지표 이면에는 아직도 한 해 사망하는 외상환자 5500여명 중 19.9%에 해당하는 1000여명이 잘만 치료받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해는 국내 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자연감소한 해다.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150조원을 쏟아 부었고 올해도 수십조 원을 들여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정책과 관련해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더욱 필요하다.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는 것은 권역외상센터와 소방이송 및 의료시스템으로도 개선될 수 있으며 최근 향상된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을 사전에 막아 중증외상환자 발생을 막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예외와 유예’가 덕지덕지 붙어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음주운전자 처벌을 규정한 도로교통법들이 대표적인 사건사고를 막으려는 법적 장치다. 과연 이런 법만으로 권역외상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제아무리 음주운전자 처벌이 강화된다 한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29명이 음주운전 전과를 갖고 있는 개탄스런 우리나라 현실에선 음주운전 사고가 쉽사리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어렵다.

외상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선 사고 예방에서부터 시작하는 외상진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암, 심혈관질환 예방은 개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에 반해 예방가능사망률 개선을 위해선 사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 처벌 규정 강화와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외상환자 감소를 위한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치킨을 빨리 배달해달라는 재촉 전화보다 배달 어플에서 ‘조심히 안전하게 와주세요’를 선택하는 여유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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